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박종민 기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현재진행형이지만, 국제유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제 유가가 하락한 원인은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1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4.31% 하락한 배럴당 69.7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3.69% 빠진 배럴당 69.19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하회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는 2년 만에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특히 WTI는 이달 초 대비 불과 열흘 만에 10.6%가 하락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무력 충돌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6일 배럴당 82.79달러와 비교하면 20.6%나 떨어졌다.
국제 유가 하락은 그동안 전 세계 고금리 시대의 원인인 물가를 내린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자극하는 긍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배럴당 70달러는 산유국이 균형 재정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은 '수요 둔화'가 꼽힌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은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기존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낮추고, 내년 수요 전망도 기존보다 하루 4만배럴 낮은 170만배럴로 내렸다.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박종민 기자그 핵심 원인은 중국이 있다. 중국의 8월 원유 수입량 4910만톤으로 전년 대비 7% 하락했고 4개월 연속 역성장 중이다. 누적 원유 수입량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크게 부진했던 2021년과 2022년 수준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는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물가 지표 중 하나인 GDP(국내총생산) 디플레이터(명목 GDP와 실질 GDP 증가율의 차이)가 지난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1999년 이후 최장기간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제조업지수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치인 50 아래를 기록하고, 서비스업지수도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13.2%에서 한 달 만에 17.1%까지 뛰어올랐다. 3년째 불황인 부동산 시장도 8월 주택가격이 전년보다 4.9% 하락하며 9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DB금융투자 한승재 연구원은 "중국의 수요 둔화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지만 IEA(국제 에너지기구)와 OPEC 수요 전망치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은 7~8월부터"라며 "실제 정제처리량 감소폭을 감안하면 연말로 갈수록 수요 전망치 하향 폭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유가 하방 변동성을 키울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 성장도 원유 수요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 자동차 판매 대수는 이미 내연기관 판매 대수를 넘었고, 중국 전기차 수출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 속도는 글로벌 과잉 리스크와 함께 앞으로도 유가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