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확산하면서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도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기존 전통 강호들이 중국의 굴기에 밀려나는 건 물론 신흥 자동차 시장에서도 판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중국 전기차의 파장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BYD의 한국 상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4개가 중국계로 나타났다. 중국 BYD가 상반기에만 150만7천대를 판매해 1위에 올랐고, 뒤이어 △지리자동차(54만6천대·3위) △상하이자동차(41만7천대·5위) △장안자동차(27만3천대·6위) 등 순으로 상위권을 꿰찼다.
중국 업체들의 확장세는 신흥 자동차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러시아와 멕시코를 비롯해 태국 등 아세안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멕시코와 태국에서는 불과 3년전 3% 안팎으로 미미하던 시장 점유율이 현재는 약 10% 수준까지 늘어났고, 러시아의 경우 2020년 3.7%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4.3%로 급상승했다.
중국 전기차의 강세 앞에 전통 강호들은 무릎을 꿇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 대표적이다. 지난 40년간 중국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폭스바겐은 BYD에 밀려 점유율이 급락중이다.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4% 줄었다. 반면 BYD는 2019년 39만9천대에서 지난해 전년 대비 49.1% 증가한 239만대를 판매하며 폭스바겐을 제치고 내수 1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이 최근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주요한 영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CNN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약 20년간 누렸던 황금기가 끝나가고 있다"며 폭스바겐의 수익 악화 요인으로 중국 내 판매량 감소를 짚었다. 하락세에 접어든 건 다른 브랜드도 비슷해 지난 7월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합계 점유율은 2년 전보다 20%포인트 떨어진 33%로 집계됐다.
중국 전기차의 굴기는 국내 업체도 피해갈 수 없는 위협이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산업 육성을 추진중인 멕시코·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생산거점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남미에서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무려 1804%나 뛴 대목이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위협적인 건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국내 상륙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중국 전기차는 1만9415대로, 지난해 2909대보다 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 전기차 판매량이 40.7%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상용차 위주로 수입되던 중국 전기차는 이제 승용차 부문으로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전기 승용차 시장에 신호탄을 쏠 중국 업체로는 BYD가 유력하다. 업계에 따르면 BYD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전기 승용차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첫 출시 모델로는 BYD의 대표 SUV 전기차 '아토3'가 거론되고 있다. 아토3는 BYD가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1호 모델이자 최다 판매 차량이다. 지난해 중국을 제외한 해외 시장에서 10만대 이상 팔리며 BYD 전체 해외 판매량의 40%를 차지했다. 호주와 일본에서는 4400만원대에 출시돼 가성비도 갖췄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국 전기차와 경쟁하려면 기업의 연구·개발(R&D)에 더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중국 전기차도 정부의 10년 이상 이어진 산업 육성 정책과 지원 제도 아래 세계 최대의 전기차 생태계를 조성하고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KAMA 김주홍 전무는 "중국 전기차가 국내 상용차나 저가형 차량뿐만 아니라 고급 승용차 영역에까지 진출할 걸로 예상된다"며 "국내 전기차 시장을 보호하고 동남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국산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R&D 세액 공제나 전기차 보조금 등 정부의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