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욱 목사 제공■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4년 9월 7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렛츠고채플교회 허진욱 목사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렛츠고채플교회 허진욱 목사를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김영미> 렛츠고채플교회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어떻게 됩니까.
◇허진욱> 말 그대로 '교회 가자'인데요. 제가 유진피터슨 목사님을 좋아했습니다. 그분의 유언이 '렛츠고'였대요. 제가 봤을 때 '나 천국 간다'는 의미 일 것 같더라고요. 그때 제가 교회 이름을 정하려고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렛츠고'로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영미> 지금 전기공사 일을 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허진욱> 전기공사 회사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척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때 선배 목사님이 저한테 시간을 잘 사용해 보는 게 어떠냐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성경연구도 하고 기도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너를 위해서 시간을 잘 썼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알아봤는데요. 나라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는 내일배움카드 제도가 있더라고요. 여러 과목 가운데, 전기 과목에 관심이 있어서 배웠는데요. 자격증을 취득하니까 학원에서 취업알선까지 해줘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또 아버지가 전기배선 관련 일을 하셨기 때문에 조금 더 친숙한 게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영미> 이중직 사역에 대한 목사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허진욱> 지금 일한 지 3년 정도 됐는데요. 물리적으로 시간을 나눠 쓰는 거라 목회에 영향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늘 교회 안에서 하나님을 믿거나 하나님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데요. 전기공사 일을 하다 보니까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제가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을 믿는 분들은 정말 극소수입니다. 그분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를 알게 됐습니다.
또 예전에는 청년들을 많이 만났는데요. 청년들에게 크리스천으로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근데 제가 당사자가 돼 보니까 그들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알게 됐고 그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도 믿지 않는 분들에게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할까 고민하면서 일을 합니다. 제가 목회자라고 굳이 밝히지 않기 때문에 '교회에 가세요, 예수님 믿어보세요 하는 얘기들은 아주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구나, 나는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까'도 생각합니다.
이분들에게 '내 모습을 통해 예수가 보이게 하자, 현장에서 일할 때 정직하게 일하고 성실하게 일하고, 젊은 친구들하고 일할 때 내가 먼저 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결단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저렇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이중직 사역은 늘 교회 안에서 목회하던 삶을 벗어나 세상에서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이 부딪히면서 일할 때, 내 안의 예수의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일예베 찬양 인도 중. 허진욱 목사 제공◆김영미> 제주 출신은 아닌데, 제주와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면서요.
◇허진욱>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입을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좀 일찍 갔는데요. 훈련소에서 전경으로 차출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초소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제주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고요.
전역한 후 제가 다니던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청년들이 제주로 단기선교를 떠났는데요. 제가 팀으로 같이 왔습니다. 제 첫 선교를 또한 제주에서 하게 된 겁니다.
◆김영미> 교회 개척은 언제 했습니까.
◇허진욱> 2018년에 내려와서 2019년 1월에 교회 개척을 했습니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에는 여의도순복음 김포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고요. 사역을 하면서 늘 원주민 선교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건 2006년 청년 때 말레이시아로 단기 선교를 떠날 때 가진 꿈이기도 했습니다.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처음 갖게 됐고, 목회자가 돼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선교사로 나가는 길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우리나라 지도를 펴 놓고 여기에서 제일 선교지가 어디일까, 생각하고 자료도 찾아봤는데요. 제주더라고요. 전국에서 기독교 복음화율이 가장 낮았어요. 그래서 선교하겠다는 마음으로 제주에 오게 됐습니다.
◆김영미> 꿈이 음악 하는 거라 관련학과에 진학도 했다면서요.
◇허진욱> 저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잘하는 재능이 있다고 알고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앞에 나가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선생님들이 늘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대를 하고 뒤늦게 학교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부모님 걱정되지 않게 당시에 관심 높았던 IT계열 학과로 가게 됐고요. 졸업하고 하드웨어 납품하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음악 하고 싶다, 노래 부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숭실대학교의 교회음악과 보컬 전공으로 다시 들어가게 됐습니다. 학교 다니다가 앞서 말씀드렸던 말레이시아 선교를 가게 됐고, 선교사님들과 예배하면서 제 꿈이 선교를 하고 싶다는 쪽으로 바뀌게 된 겁니다. 그 후에 목회학 석사를 하러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됐습니다.
◆김영미> 갖고 있는 음악적 재능이 제주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허진욱> 개척하기 전부터 제주에 와서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함덕 바닷가에 가서 찬양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발병하면서 중단됐습니다. 지금도 해변에 나가면 찬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요. 오름이 많으니까 오름에서 찬양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선선해지면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교회 이전 감사 예배 중. 허진욱 목사 제공◆김영미> 제주에서 목회하는 게 힘들지는 않습니까.
◇허진욱> 어디든 쉬운 곳은 없는 것 같지만 제주는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선교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내 삶을 그들이 보게 하는 거라는 생각이라서 지금 살고 있는 것처럼, 또 말씀처럼 삶을 살아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영미> 렛츠고채플교회의 한 곳에 사모님의 공간이 있던데요.
◇허진욱> 아내는 제주 수공예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입니다. 보자기 아트를 하는 사람이고 떡 케이크를 제조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이 공간에서 학원도 운영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복음을 전하는 게 아내의 꿈인데요. 아내가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미> 제주에 품고 있는 마음과 선교 비전이 궁금합니다.
◇허진욱> 제주에 첫 단기선교를 올 때 제주의 4·3 사건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살고 있으니까 4·3이 제주에서 어떤 의미인지 또 기독교가 제주에서 어떤 위치인지를 알게 됐습니다.
정말 복음이 들어가기 쉽지 않은 곳이고 특히 바쁘게 일을 하는 분들이 많아서 예배를 드리러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교회 예배가 아니더라도 다가가서 말 한마디 건네고 일 도와드리고, 시원한 음료수 하나 드리면서 이분들에게 예수님의 이름을 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일을 계속해나가다 보면 이분들도 예수라는 이름을 들어봤고 나한테 예수를 얘기한 저 사람이 있으니까 언젠가 교회를 한번 가봐야겠다, 하나님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점이 분명히 오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복음 전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