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만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선 양친룽 중앙은행 총재. 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본사가 위치한 신주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만 중앙은행이 나서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 규제에 나섰다.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 19일 모든 은행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1%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0.125%p 인상하고 지난 6월에도 지급준비율을 0.25%p 인상한데 이은 조치다.
중앙은행은 또 2주택 구입자에 대한 최대 대출비율을 기존 집값의 60%에서 50%로 낮추고, 기업의 주택구입, 고가주택구입, 3가구 이상의 대출비율을 기존 40%에서 30%로 제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8일 한번에 0.5%p의 금리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며 각국이 금리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은 이례적으로 통화 긴축에 들어간 것.
대만 중앙통신은 "시장에서는 이번 중앙은행의 주택시장 통제가 '역사상 가장 심각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외부에서는 이번에 중앙은행의 정책이 왜 그렇게 강력한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주택시장 통제에 나선 이유는 최근 대만의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금융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날 지급준비율 인상 발표에서도 양친룽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거품 붕괴'를 경고했다.
양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을 인용해 "거품은 관찰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은 거품이 터진 뒤 혼란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다른 시장처럼 조정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투기꾼들에게 교훈을 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하기도 했다.
최근 TSMC 본사가 위치한 신주시를 비롯해 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신주시의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상승했다. 또, 같은기간 대만 주요 도시들의 주택가격도 12.1% 올랐고, 수도 타이베이 역시 7.9%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보도에서 "지난 6월 타이베이 한 주택가에 매물로 나온 100만달러(약 13억 4천만원) 가격 주택이 10분 만에 팔렸다"며 "부동산 중개인조차 15년간 일하면서 이렇게 수요가 몰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은행 대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말 대비 올해 8월 전체 은행의 부동산 대출 잔액은 59.6% 증가해, 부동산 대출 집중도는 37.5%를 기록했다. 이는 역사적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009년(37.9%)과 비슷한 수준이다.
양 총재가 " 대만이 일본의 자산 폭락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언급하며 "현재 상황은 2009년보다 더 심각하다"고 경고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