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통령 후보 밴스 상원의원과 월즈 주지사. 연합뉴스미국 대선을 한달 여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이 1일 밤(현지시간) 뉴욕 CBS본사에서 90여분간 펼쳐졌다.
민주·공화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J.D. 밴스 상원의원은 중동, 허리케인 '헐린', 낙태권, 이민, 경제 등 대선 주요 이슈에 대해 각당의 입장을 소상히 설명했고 상대에 대한 공격보다는 토론 주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여느 부통령 TV토론 때처럼 상대방 대선후보를 깎아내리거나 자당의 대선후보의 정책을 띄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토론의 첫 주제는 이날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등 중동 문제였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이란과의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탈퇴를 언급하며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전보다 핵무기 보유에 가까워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연합뉴스이에 밴스 상원의원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1천억달러가 넘는 이란의 동결자산을 해제했는데, 그 돈이 어디에 쓰였겠느냐"고 반문한 뒤 "트럼프는 효과적인 억제력을 통해 실제로 세계에 안정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남동부를 할퀴며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기록된 허리케인 '헐린'의 원인과 기후 변화를 연결 시킨 질문에 밴스 후보는 "헐린의 파괴가 믿을 수 없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비극을 가져왔다"면서도 기후 변화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월즈 후보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을 강조하면서 '기후 변화는 사기극'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거 발언을 비판했다.
불법 이민 등 국경 문제가 거론되자 밴스 의원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느슨한 국경 정책으로 불법 이민과 마약이 대거 유입됐다"며 대대적인 불법이민자 추방과 즉각적인 국경 폐쇄 등을 옹호했다.
반면 월즈 주지사는 "바이든 행정부가 초당적으로 마련한 포괄적 국경통제 강화 법안을 좌초시킨 장본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과거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시절 국경 문제에 단호했던 해리스 부통령을 치켜세웠다.
연합뉴스'낙태권 이슈'에서는 월즈 후보가 선공에 나섰다.
그는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한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는 보수성향 대법관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작품"이라며 "트럼프는 도리어 이를 대단한 일이라고 칭하며 자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밴스 후보는 "민주당이 매우 급진적인 낙태 찬성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모두가 이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트럼프는 친가족 정책을 추구하고 있고, 불임 치료를 더 잘할 수 있게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대선 최대 이슈인 경제 문제를 놓고도 두 후보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히 맞섰다.
월즈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가정을 위한 세액 공제 확대 등의 감세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지난 15년간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이 지금까지 실제로 한 일은 식품 가격을 25% 오르게 하고 주택 가격을 60% 인상시킨 것"이라며 "중산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획이 있다면 왜 당장 시행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밴스 상원의원. 연합뉴스
끝으로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결과 불복 문제를 거론하며 "민주주의는 선거 승리보다 크고 중요한데, 트럼프로 인해 지금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공격했고, 밴스 상원의원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해리스 부통령은 산업적 규모로 검열에 관여했다"며 "온라인 검열이 지난 4년간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본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통상 부통령 후보간 토론은 대선후보 간의 대결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양당 주요 후보간 마지막 TV토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특히 올 대선이 그 어느때보다 박빙의 승부로 전개됨에 따라, 부통령 후보간 TV토론도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부통령 후보간 TV토론은 각자의 개성이 그대로 표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월즈 주지사는 다소 투박하지만 진심에 호소하는 스타일로 토론에 임한 반면, 밴스 상원의원은 토론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토론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