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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부실공사 조장" 원가 이하 건축비 책정 후 나몰라라?

부산

    "LH가 부실공사 조장" 원가 이하 건축비 책정 후 나몰라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신축 매입약정 사업 진행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 위해 매입임대주택 확보 목적
    올해 사업 참여 부산 건설사들, 탁상감정가 두고 불만 폭발
    "표준건축비보다 크게 낮은 수준…정상적 건축 불가능" 주장
    LH 측 "감정평가 기관에서 법에 따라 책정…개입 여지없어"

    한국토지주택공사.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에서 표준건축비에 크게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의 건축비를 책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지역 사업에 참여한 영세 건설업체들은 현재 감정가로는 정상적인 건축이 불가능하다며, LH가 부실공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서 소규모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참여한 LH 민간신축 매입약정 사업의 탁상감정가 결과를 받아들고 두 눈을 의심했다.
     
    3.3㎡(평)당 건축비 탁상감정가가 건축비 원가의 65% 수준으로 책정돼 건물을 지으려면 오히려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토지가격을 포함해 24세대 건물을 짓는데 드는 원가가 30억 원 상당이지만, 탁상감정가는 23억 3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게 A씨 설명이다.

    민간신축 매입약정 사업은 LH가 매입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에 대해 미리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후 매입하는 사업이다. 확보한 임대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 등에 공급된다.
     
    A씨는 사업 신청을 위해 주택 부지 확보에 나서 이미 가계약금 1억 원을 지불했다며 이대로라면 이를 고스란히 손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A씨는 "가계약금 1억 원을 공중에 날리거나 수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라며 "전국 어떤 업체라도 이정도의 건축비로는 절대 정상적인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에 A씨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영세 건설업체는 수십여 곳이다. 다른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이번 사업의 탁상감정가를 받아들고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B씨 업체가 지난 2022년 지은 매입임대주택의 건축비 감정가는 토지가격을 제외하고 3.3㎡당 772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490만 원에 불과했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 시장 물가는 2년 사이 크게 상승했지만 감정가는 2022년의 2/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산정한 올해 표준건축비인 3.3㎡당 760만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사업에 참여한 부산지역 건설업체들은 LH가 비상식적으로 낮은 건축비를 책정해 부실공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씨는 "LH가 책정한 원가 이하 건축비에 맞춰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야 하고, 결국 날림공사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해야 하는 LH가 건설업체들에 부실공사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해 '미분양 아파트 고가 매입' 논란이 불거지자 LH는 매입임대주택 가격을 '원가 이하'로 바꿨다. 과도하게 낮게 책정된 건축비에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LH가 매입한 임대 주택수는 연 2만호에서 지난해 4600호로 크게 감소했다. 매입 실적은 23%에 그쳤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LH 측은 지난 2월 신축 매입약정 사업을 확대하고, 매입임대주택 가격 기준을 원가 이하에서 감정가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올해 사업에서도 3.3㎡당 건축비는 지난해 감정가와 큰 차이가 없어 또다시 사업 참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건설 업체 측 주장이다.
     
    반면 LH 측은 탁상감정가는 감정평가 기관에서 감정이 실시돼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본부 관계자는 "매입 가격 결정은 공인된 감정평가 기관에서 감정평가 관련 법에 의해 이뤄지는 고유한 영역이라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시장 가격과 인건비 등 건축에 드는 원가 금액과 법에 따른 감정가가 차이가 커 건축주들의 어려움이 큰 부분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복지사업의 주체인 LH가 정상적인 건축이 불가능한 감정가를 책정하고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본부 관계자는 "현재 나온 건 탁상감정가이기 때문에 실제 감정평가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LH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감정평가기관에 적정한 평가를 요청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많이 공급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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