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에서 퇴직한 공직자 44명이 전원 취업 승인을 받아 국내 대기업과 금융권, 공기업 등에 나란히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7일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과 기획재정부 및 소관 기관에서 퇴직한 공직자 취업 심사 결과'에서 취업 심사를 받은 퇴직 공직자 183명 중 179명(98%)이 취업 승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통령비서실, 기획재정부, 국세청, 통계청, 한국투자공사, 한국조폐공사 등 9개 기관 중 6개 기관은 취업 심사 통과율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과 한국은행은 93%, 조달청은 83%였다.
취업 승인을 받은 퇴직 공직자 수는 국세청이 67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통령비서실(44명), 관세청(26명), 기획재정부(15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통령비서실의 경우 현대자동차 부사장,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쿠팡 이사 등 대기업으로 14명이 자리를 옮겼다.
또, SR 부사장, 강원랜드 부사장, 공항철도 경영본부장 등 공공기관 및 유관 단체로 11명, 농협은행 사외이사, 하나금융지주 사회가치위원회 위원 등 금융업계로 8명,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율촌 등 법무법인으로 6명 등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군별로는 공공기관 및 유관 단체로 재취업한 경우가 42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업계 37명, 대기업 34명, 로펌․회계법인 등 전문법인 27명, 대학․중견기업 등 기타 민간업체 38명, 언론사 1명 등의 순이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퇴직 공직자 15명이 가장 많이 자리를 옮긴 곳은 금융업계였다. 한국자금중개 대표,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 금융권으로 5명이 재취업했고, 대부업체 임원으로 재취업한 고위공무원도 있었다. 또, 한국동서발전 상임감사 등 4명이 공공기관 및 유관 단체로 재취업했고,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등 대기업으로 4명 등이 옮겨갔다. 지난해 삼성전자 부사장 평균 연봉은 44억 원이란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과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의 업무 간에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확인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관할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을 경우에도 재취업할 수 있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 승인율이 98%에 달하는 것을 보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가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4급 상당 공무원이 지난 5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쿠팡의 이사직으로 재취업하는 등 정권과 정부 출신 공직자가 기업의 애로사항에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겠냐는 유착관계의 고리를 잘라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