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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 반복하며 다른 결과 기대? 미친 짓"…與의원의 일침

보건/의료

    "같은 일 반복하며 다른 결과 기대? 미친 짓"…與의원의 일침

    8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의사 출신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발언
    "醫·政, 모두 소수의 목소리가 모두의 것처럼 들리는 기이한 현상" 지적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당정 간 불협화음, 교육부 띄운 '의대 5년제'도 비판
    박주민 복지위원장 "野, 사태 관망한 적 없다…정부에도 유연한 태도 주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장관님, 이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친 짓'까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 나온 '도발적 질문'은 야당발(發)이 아니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이 같은 질의를 던진 당사자는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비례)이다.
     
    22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한 한 의원은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앞서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전임의, 복지부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증진센터장,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이날 한 의원은 "지금 의·정(醫政) 갈등이 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꽤나 긴 시간"이라며 정부가 연일 의료계에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등이 여전히 좌초 중인 이유를 지적했다.
     
    한 의원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우리가 가장 편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대한민국 의료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 다 동의하실 것"이라며 "아침에 일어나 어디가 아프면 '병원 가야지' 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게 어려워졌다는 말을 많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거론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의 목표는 국민 건강이고, 방법은 소통과 대화다. 여·야·의·정이 지금까지 한 번도 서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못 하지 않았나"라고 조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조 장관은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못 했다"고 짧게 답변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한 의원은 "'극과 극' 대치의 주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하자는 게 협의체의 취지"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고 다소 무리가 있는 (의대) 2천 명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은 사직했고 의대 학생들은 학업을 포기했다"며 "일련의 과정 속에서 특히 중증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들의 의료공백이 계속돼 국민과 환자의 불편과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의료공백 사태를 풀 핵심당사자로 꼽히는 사직 전공의들이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아이러니를 짚으며,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놓인 깊은 불신도 지적했다. 한 의원은 "(서로 직접적인) 대화가 아닌 언론을 통해서 메시지 교환을 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의료계에서도 소수의 목소리가 모두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매우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조 장관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의료계와 대화를 원하는 인사로 알고 있다'는 한 의원의 발언에, 조 장관은 "저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는 의료계와 협의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이어 한 의원이 '의료계와 직접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질문하자 "예,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옆에서 지켜본 바, 쉽지는 않겠지만 저도 가능할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여야가 완충 역할을 하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 내 다른 분들의 태도를 보면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오랜 대화를 통해 어렵사리 의료계 일부 인사들의 마음을 돌려놓으면, 이내 다시 '허사'로 돌아가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며 당정 간 불협화음에 대한 답답함도 토로했다. 한 의원은 "장관께서 사직 전공의들에게 사과하거나 최초로 총리께서 직접 '의제 제한 없이 우선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내도 그 다음날 대통령실 인사가 모든 것을 부인하는 인터뷰를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교육부가 지난 6일 내년도 복귀를 전제로 한 의대생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발표하며, '의대 교육기간 단축(현행 6년→5년)'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의료개혁과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방향"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5년 교육은 의대가 아닌 다른 과 학생들에게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대안"이라며 "매일매일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다른 분야의 청년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특혜로 오인될 수 있고 사회의 공정·국민의 상식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야당에 대해선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마치 팔짱 끼고 관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당으로서) 정말 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의대 증원이 결정된 과정, 비상진료를 위한 '기하급수적 예산지출'을 둔 야당 측 비판에 수긍할 지점이 있다고 보면서도 "지금은 우선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비판을 접어놓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의원은 "서로 생각이 같기 때문에 만나는 게 아니라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만나서 우리가 국민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정부도 거기에 동의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화답했고, 한 의원은 "같은 일을 반복하며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미친 짓은 그만하고 국민께서 하라는 정치를 하자"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간담회에서 박주민 특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간담회에서 박주민 특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에 대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당 최고위원들과 통화나 차담을 수차례 했고 정부 부처에 있는 분들에게도 유연한 태도를 요청했다"며 '야당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한 의원 말에 발끈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 인사들도 가리지 않고 많이 만났고 전공의들과도 술까지 마셔가며 설득했다"며 "정부·여당 못지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현지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국민 지지가 있는 한 의료개혁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취지로 밝힌 데 대해,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국민들 가운데서도 이렇게 급작스러운 2천 명 증원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조 장관 등을 향해 "자료를 보내드릴 테니 이러 부분을 들으시고 (대통령실 등에) 전달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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