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청. 양평군 제공올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남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양평'이 정치적 쟁점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양평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송치된 최재영 목사 사건,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으로 고발당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건 모두 본질과는 무관하게 정쟁의 불씨가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 검찰의 '술자리 회유' 의혹 역시 경기남부경찰이 수사 중이어서 정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도 '여야 공방' 이어지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14일 경기남·북부경찰청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여야는 최근 수년간 경기남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질타하며 대립했다. 굵직한 정치 관련 사건들을 연이어 수사하다 보니, 수사 내용보다는 표면적인 결과나 방식이 여야의 표적이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이 논란이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이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를 서면조사로 진행하는 등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질타했다.
2022년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경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닿아있는 '성남FC 사건'을 한 차례 불송치했다가 보완수사 끝에 다시 송치한 점을 들며 부실 수사라고 지적했다.
2021년에는 '대장동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가 책임공방을 벌였다. 여야는 대장동 사건의 배경을 놓고 언쟁하거나, 김만배씨 등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디올백' 주장 최재영, 양평서 선거법 위반 송치
류영주 기자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양평 관련 사건이 정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선거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최재영 목사 사건이다.
최 목사는 22대 총선을 앞둔 올해 2월 여주양평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던 최재관 전 지역위원장에 대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양평에서 진행한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내가 구호 하나를 하겠다"라고 말한 뒤 "최재관은 반드시 일을 시행하라. 다른 사람은 못 맡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선거운동이 불가한 외국 국적자임에도, 총선 기간 동안 최 전 위원장의 유세차에 올라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지난 8월과 이달 차례로 송치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으로 주목을 받아온 최 목사는 양평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경찰에 출석해서도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최 목사는 "권력지향적인 수사기관이 지난 대선에서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중립법 위반 사건은 외면하고 나만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또 "내가 경기 여주와 양평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차량에 올라 단 몇 분, 몇 마디 지원유세 연설을 한 건 집요하게 이렇게 고발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권력 지향적인 검찰과 경찰의 사례로 보여진다"라며 사건을 정치 영역으로 끌고 왔다.
'양평고속도로 변경 의혹' 수사도 주목 받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논란 사건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건을 들여다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경기도당과 시민단체들은 원 전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사건은 검찰을 거쳐 경찰로 넘어왔다.
경찰은 최근 고발인들을 소환하는 등 본격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고발인들은 원 전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종점) 노선을 윤 대통령 처가 땅이 소재한 양평군 강상면(종점)으로 변경하도록 직무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제공하고자 노선 변경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경찰이 수사중인 사건은 특혜 의혹 본질이 아닌 원 전 장관에 대한 고발 사건이어서 단순 정쟁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술판 회유' 의혹도 정쟁 가능성
이밖에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술판 회유' 사건도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올해 4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형집행법 133조 2항) 혐의로 수원지검 박상용 부부장 검사와 쌍방울그룹 관계자 A씨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을 수사한 박 부부장 검사 등이 지난해 5~6월 수원지검 검찰청사 1313호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요청을 받고 A씨로부터 술과 안주를 전달하는 등 금지물품을 반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박 부부장 검사 탄핵청문회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서 아무 혐의가 나오지 않자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체포한 뒤 방북 비용 대납 사건으로 본질을 바꿨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의 지속적이고 강압적인 회유와 압박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를 위한 '방탄 청문회'라고 맞서며 정쟁을 벌였다.
청문회에서 여야가 한 차례 맞붙었던 만큼 경기남부경찰청 국감에서도 관련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도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나, 23명이 숨진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등도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