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연합뉴스조지호 경찰청장이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김건표(53) 경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제기한 경찰청장 탄핵 요청에 대해 "(경찰공무원으로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청장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도 한 자연인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에 대해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공무원은 그 신분이 독특하기 때문에 국가공무원법에서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제약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실제로 김 경감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재가 충분한 논의를 억제하는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순찰차는 말 그대로 순찰해야 한다"며 "2시간 동안 전혀 움직이지 않고 한 장소에 있다면 그걸 '그대로 있어야 되지'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라고 반문했다.
조 청장은 "현행 112 시스템으로 각 순찰차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며 "2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면 확인해야 하고 현재도 하고 있는 걸 강조했을 뿐인데, 죽음으로 내몬다?"라며 "근무시간 만큼은 최선을 다 해 달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 사항이고, 그걸 최소 수준으로 점검하는 것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경감은 지난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쓴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요청에 관한 청원'에서 "27년 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치안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겼지만 경찰의 목숨값은 참혹하다"며 최근 경찰관들의 잇따른 사망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이 도입한 정책이 경찰관들을 더 극한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청이 지난달 26일부터 시행한 '지역 관서 근무감독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책은 경남 하동 파출소 순찰차에서 여성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것으로, 경찰은 순찰차의 위치와 정차 사유를 2시간마다 상세히 기록하고 무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위치와 업무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김 경감은 "기계도 24시간 365일 돌리면 고장이 난다"며 해당 지시가 경찰관들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경감은 경찰관들이 타 기관의 업무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중앙행정기관 46곳에 제기된 민원 중 56.8%에 달하는 162만 건이 경찰에 떠넘겨져 범죄 신고에 대한 출동조차 어렵다고 했다. 이어 "복지부의 정신질환자, 환경부의 소음, 교육부의 학교폭력 예방, 검찰청 등 타 기관 수배자,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법체류자, 야간·주말·휴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미출동 신고 수만 건도 경찰이 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