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보건소 비대면 진료 모습. 전라남도 제공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지속되면서 전남지역 시·군 사이의 의료 불균형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초래한 의료 공백이 8개월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의료 공백은 광주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전공의 등의 의사들의 이탈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그 여파가 전남 시·군 사이의 의료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44명의 의사가 있었던 함평의 경우 지난달 말 기준 34명으로 전체 22%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남의 의사 수도 6명이 줄었으며 보성은 5명, 구례와 곡성, 완도는 각각 3명이 감소했다.
보성과 구례의 경우 전체 의사의 10% 정도가 이탈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이 있는 화순군의 경우 대학 병원 소속 의사 이탈에 인근 요양병원 의사도 감소하면서 9개월 만에 의사가 100명이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남의 5개 시인 목포와 여수, 순천, 나주, 광양시 모두 의사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대조를 보였다.
같은 기간 목포는 가장 많은 22명이 늘었으며 순천은 13명, 여수가 10명이 증가했다.
의사 이탈로 진료나 수술에 공백이 생긴 상급종합병원 대신 2차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특히 공중보건의 감소로 전남지역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미배치율이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의료 공백이 심화된 상황에서 지역 간 의료 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남도는 공중보건의사 부족으로 216개 보건지소 중에서 83개 보건지소에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 기간 감소 등 여러 이유로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는 의사의 수는 지난 2022년 303명, 지난해 267명, 올해 229명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성군의 경우 4300여 건(6월 말 기준)에 그쳐 지난해 1만 3천여 건과 비교할 때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성군은 지난해 보건지소 10곳 중 3곳에 공중보건의가 근무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5곳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건지소에서 진료받은 환자수는 지난해 8만 2273명에서 올해 6만 6140명으로 크게 줄었다.
전라남도는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등을 활용해 영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은 보건지소 등에서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88개 보건지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전체 보건지소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병원들의 응급실 운영이 의료 공백의 핵심이라고 보고 인건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문권옥 전라남도 건강증진과장은 "전남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사실상 1차 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중보건의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를 활용해 비대면 진료를 하거나 응급실 운영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의료 격차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