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정규 20집 '20' 기자간담회를 연 가수 조용필. 박종민 기자동명의 타이틀곡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수록곡 '바운스'(Bounce) 등이 담긴 정규 19집 '헬로'(HELLO) 이후 11년 만에 스무 번째 정규앨범 '20'을 낸 가수 조용필. 그는 앨범 발매일인 22일 오후 4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포함해 수록곡 7곡을 하나하나 취재진에게 들려준 후 설명했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가사가 뭉클한 응원가다. 호쾌한 전기 기타, 청량한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어우러진 조용필의 모던 록이라 할 수 있다. 어느 날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1, 2등이 갈렸을 때 우승팀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가고 2등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서 착안해 가사를 구상했다.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헤아려봤다는 그는 "사실 저는 그쪽(2등을 한 팀) 팬이었다"라며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순 없지 않나. (이런) 똑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마 이중에도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에서 "진성을 내지 않고 일부러 가성을 낸" 부분이 있다고 소개했다. "멜로디가 동양적이지 않나요?"라고 물은 그는 "아쉬운 거는 이 곡을 반 키 올려서 할걸 하고 조금 후회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 이솜, 박근형, 전미도, 변요한.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 캡처뮤직비디오도 화려하다. '대세' 그룹 뉴진스(NewJeans)의 '디토'(Ditto) '오엠지'(OMG) 등 여러 작품을 만든 영상 제작사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했다. 배우 이솜을 비롯해 박근형, 전미도, 변요한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연출자인 이주형 감독은 "희망이라는 단어가 유치해질 만큼의 깜깜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당신을 응원하는 음성과 시선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가수 조용필의 음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비트 위로 빠른 엇박의 노래가 질주하듯 진행되는 '타이밍'(Timing)은 맑은 소나기처럼 통통 튀는 곡이다. 조용필은 "간단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곡이라며, 직접 코러스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고추잠자리' '못찾겠다 꾀꼬리' 코러스도 조용필이 한 것이다. 그는 "'고추잠자리'는 여자들이 한 줄로 알고 있더라. 제가 한 거다. 그거(소리의 높이) 지금 잘 안 나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조용필은 "보통 한 곡 녹음하는 게, 최고 많이 걸리는 게 코러스까지 3시간이다. 대신 그전에 준비가 굉장히 많다. 연습도 그렇고. 전에 코러스 잘하는 다른 친구들하고 같이한 적이 있는데 해 봤더니 역시 섞이는 것보단 본인이 한 게 더 낫더라. 그래서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앨범의 99.9%는 제가 다 했다"라고 설명했다.
22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 조용필의 정규 20집 '20' 표지. YPC 제공'왜'는 단조와 장조,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발라드다. 도입부의 속삭임이 인상적이다. 조용필은 앞부분의 속삭임을 두고 "그 말이 뭔지 몰랐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리버브를 넣고 수정을 해도 조금은 들리더라"라며 그 가사는 "혹시나 저 메아리는 너일까"라고 공개했다.
또한 "제가 많은 곡을 내면서 이 곡만큼 연습을 많이 한 곡은 없었을 것 같다. 글쎄, 몇 개월을… (연습했다)"라며 "가사가 각기 다 달랐다.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가사를 선택해서 녹음을 이 곡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법이라든지 또는 가성이라든지 또 노래의 전달력이라든지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써서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가장 많이 연습을 했던 곡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라고 돌아봤다.
다른 노래와 달리 '왜'는 특히 조용필의 목소리와 가창에 집중한 곡이다. 가수로서 '목소리 변화'에 두려움도 있을 텐데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곡을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이 나왔다. 이에 조용필은 "곡을 연습하면 대부분 될 것인가 안 될 것인가가 판결 난다, 사실. 연습하면서 어울린다, 안 어울린다와 나한테 맞는다, 안 맞는다 이런 게 결정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하다못해 스마트폰으로도 녹음을 해 보고 조그만 스피커로도 들어보고 큰 스피커로도 들어보고… '아, 이거 가능성은 있다' 했다. 가사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 가사로도 해 보고 저 가사로도 해 보고 마지막 결정이 난 후에는 그때서 본격적으로 창법이나 톤이나 이런 거를 연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했다"라고 전했다.
조용필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떼창 구간이 있는 신나는 팝 록 '찰나'는 길 위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누군가가 부르는 도시의 드라이브 송이다. 조용필은 "메이저 곡인데 마이너 단3도로 쓴 거다. 그래서 록적인 분위기다"라며 웃었다.
'세렝게티처럼'은 거대한 박수를 유도하는 듯한 포 온 더 플로어(four-on-the-floor) 리듬에 북유럽 민요 같은 이국적인 멜로디가 섞인 곡이다. 세렝게티에 다녀온 적이 있는지 MC가 묻자, 조용필은 과거에 아내와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킬리만자로(조용필의 대표곡 중 하나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다)에도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 하니 "몇백 미터밖에 못 올라갔지만"이라면서도 가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축제 느낌이 물씬 나는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는 복잡한 일상을 떠나 꿈으로 질주하는 이들을 위한 송가다. 조용필은 이 곡을 녹음할 때 "힘들었다"라며 "인제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그냥 계속 가야 한다. 중간에 쉬면 흐트러진다. 중간에 안 좋으면 다시 해야 하지 않나? 땜빵(땜질) 안 된다. 짜깁기가 안 된다. 저는 그걸 싫어한다. 계속 가야 한다. 가성도 거기만 스톱 해서 녹음하는 게 아니라 처음서부터 1절까지는 무조건 쭉 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데뷔 56주년을 맞은 가수 조용필. 박종민 기자
마지막 곡 '라'는 쫄깃한 빌드업, 밀도 높은 베이스, 폭발적 스네어 사운드가 조용필의 보컬과 즐겁게 충돌하는 일렉트로니카 트랙이다. 흥겨운 분위기에 맞춰 댄서라도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조용필은 "아, 전 못 한다"라고 사양했다.
조용필은 "이 노래('라')에 논란이 있기도 하다. 사실 저도 그렇다. 사운드도 그렇고, 제가 자꾸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 노래를) 하고 싶으니까 하지 않았겠나. 이건 콘서트에 잘 맞는 곡이 될 것 같았다. 특히 '랄랄라라' 하는 부분이.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주위에서 '이 곡은 해야 합니다'라고 많이 권해서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조용필의 음악 세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이번 앨범 '20'은 오늘(22일) 저녁 6시에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같은 시각부터 음반 예약 판매가 시작됐으며, 실물 음반은 오는 11월 1일에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