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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대선 일주일 전 '엘립스 공원' 선택한 이유는?

미국/중남미

    해리스, 대선 일주일 전 '엘립스 공원' 선택한 이유는?

    '1.6 의사당 난입사태' 초래한 장소에서 연설
    '민주주의 수호' 의지, 부동층에 확실히 각인
    "트럼프는 부적합해…이제 페이지를 넘기자"
    독재자보단 동맹국…동맹 중시 기조 재확인
    트럼프의 '관세 폭탄, 법인세 인하" 비판도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몰려들어 구호 외쳐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엘립스 공원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최철 기자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엘립스 공원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최철 기자
    미국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연설 무대에 오른 곳은 다름 아닌 워싱턴 D,C. 중심에 있는 '엘립스 공원'이었다.
     
    뒤로 백악관이 보이는 이곳은 지난 대선에서 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선동연설을 해서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촉발한 장소다. 
     
    해리스 부통령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너무나 자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이자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마지막 메시지'로 삼으려는 것이었다. 
     
    5천만명 이상이 이미 투표를 했지만, 이번주에만 최소 수백만 명이 더 투표할 예정이고 7개 경합주에서는 여전히 오차범위내 치열한 접전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리스측은 1월 6일의 아픈 기억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주요 경합주에 있는 부동층과 설득 가능한 유권자에게 투표 동기를 부여하는 주요 이슈로 본 것이다. 
     
    이날 저녁 7시 반쯤 연설에 나선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에 했던 일을 언급하며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트럼프가 거의 10년 동안 미국의 정치 담론을 장악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제 페이지를 넘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듣기위해 엘립스 공원을 넘어 워싱턴 기념탑 밑까지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최철 기자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듣기위해 엘립스 공원을 넘어 워싱턴 기념탑 밑까지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최철 기자행사장인 엘립스 공원을 넘어 길 건너 워싱턴 기념탑 주변까지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해리스의 등장에 환호했고, 트럼프가 언급되는 순간에 야유를 보냈다.
     
    '1·6 의사당 난입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의 오점으로 남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라 사랑의 날"이었다고 규정하고, 재선될 경우 중형을 받은 관련자들을 사면할 뜻을 밝혀왔다.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장소인 엘립스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낮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최철 기자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 장소인 엘립스 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낮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최철 기자 행사 주최측은 당초 4만명 정도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워싱턴 기념탑 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가슴에 'voted'(투표했음)란 스티커를 붙인 로젤린(59)씨는 "이미 투표를 했지만, 아직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해리스 집회에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언니와 함께 왔다"며 "지금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전진할 때(progress)"라고 말했다. 
     
    제이슨(35)씨는 "해리스가 이곳에서 유세를 열어서 잘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주의를 땅에 묻으려는 시도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분열, 혼란, 상호 불신에 시달려 왔고 그래서 간단한 진실(민주주의)을 잊기 쉬웠지만 더 이상 트럼프의 방식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자유에 뿌리 내린 나라로 가느냐, 혼란과 분열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로 가느냐 사이의 선택"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앞에 너무나도 다른 2개의 비전이 놓여있다"며 "하나는 내가 대통령이 돼서 '할 일 목록'과 다른 하나는 트럼프가 제거하려 하는 '적 목록'"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부의 독재자보다 '내부의 적'이 더 심각하다라고 한 발언과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연방군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동맹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의 독재자들은 트럼프를 아첨과 호의로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푸틴과 김정은이 트럼프를 지지하겠지만 나는 우리의 동맹국과 우방국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해서도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반대의 뜻을 표했고, 트럼프의 '법인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신 그는 가격 폭등을 단속하고, 처방약 비용의 상한을 정하고, 주택을 더 저렴하게 공급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에게 세액 공제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장인 엘립스 공원 건너편 도로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철 기자해리스 부통령의 유세장인 엘립스 공원 건너편 도로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철 기자한편 엘립스 공원과 워싱턴 기념탑 사이 도로에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들이 대거 몰려들어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할 때 들고온 냄비를 두드리며 "가자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쉴새없이 외쳤다.
     
    이에 대해 일부 해리스 지지자들이 "다른 사람이 연설할 때는 존중하라"고 맞서면서 양측간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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