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선거 당일까지 유례없는 초박빙 접전을 예상했던 미국 대선에서 예상과 달리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사실상 전승을 거두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에따라 경합주에서 1%포인트 안팎의 초접전을 예측했던 대다수 여론조사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기세를 전혀 읽어내지 못한 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만 예상했던 여론조사의 악몽을 되풀이 한 것이다.
미국 선거 전문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가 10월 22일부터 대선 전날인 11월 4일까지 여론조사 집계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평균 1% 포인트 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선 승패를 가를 7개 경합주도 박빙으로 분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투표 이틀전에 발표한 여론조사를 통해 7개 경합주에서 해리스의 4승2무1패 우위를 예상했다. 다음날 발표된 의회전문 매체 더힐 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승2무1패 우위로 나타났다.
조사마다 다소 엇갈렸지만 대체적으로 판세는 박빙으로 분석됐고 미 언론들은 투표일 직전까지 '50 대 50', '한끗 승부'가 될 것이라고 앞다퉈 전했다. 박빙 승부로 승패를 가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보도도 잇따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반전됐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7개 경합주들이 일제히 트럼프 지지로 쏠리면서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위스콘신 등 블루월(Blue Wall)이 무너진 영향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새벽 2시30분쯤 승리를 선언했다. 미국 주요 방송과 신문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선거인단 270명 확보가 확실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고 타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여론조사는 왜 또다시 실패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해리스를 공개 지지한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이 민주당 승리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언론사의 생명은 신뢰다. 또 8년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눈치조차 채지 못했던 흑역사 이후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방식을 계속해서 손질해왔다. 여론조사 표본을 '고졸 이하 백인' 등 인종과 학력, 성별로 세분화했고 과거 투표를 바탕으로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같은 보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한계를 노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응답률이 여전히 낮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제대로 잡아내는데 실패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라틴계와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으나 이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의도적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게 추정해 판세를 박빙으로 분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 포컬데이터의 제임스 카나가수리암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빗나간 분석을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실제로는 박빙이 아닌데도 박빙 인 것처럼 예측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