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7대 대통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는 우려보다는 수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바이오기업을 겨냥한 '생물보안법'을 유지할 기조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빈자리를 두고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어서다. 여기에 의료비 지출 절감 차원의 '약가 인하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바이오업계에겐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때리는 '생물보안법'…국내엔 기회
미국은 자국민의 건강·유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과 미국 기업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Boisecure Act)'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은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조달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관련된 기관과 거래, 계약과 보조금 제공을 일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생물보안법은 지난 9월 미국 의회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상원에서도 대부분 법안을 지지해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려되는 생명공학의 기업'으로 지정된 곳은 우시바이오를 포함, 중국 바이오텍 회사(BGI, MGI,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택)이다.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 장기적으로 수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우시바이오, 우시 앱택을 통해 약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다른 CDMO업체를 찾아야 하고, 우시의 가장 큰 경쟁 위탁생산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5월 인천 송도에 1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2020년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 착공을 마쳤다. 오는 2025년 4월을 목표로 5공장이 완공되면 78만 5000리터로 압도적인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앞서 미국 바이오 공장을 인수한 뒤 증설 중에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일 열린 '월드(World) ADC(항체·약물 접합체)'에 참석해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내 ADC 생산시설 역량을 선보였다.
다만 생물보안법이 연내 통과해도 법안은 2032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 단기적인 수혜를 입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로 바이오 업계가 당장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보다는 앞으로 열릴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더 크다"고 밝혔다.
약가 인하 정책 기조…바이오시밀러 업게 '주목'
생물보안법에 더해 트럼프 당선으로 의료비 절감 차원의 '약가 인하 정책'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가 직접 약가에 개입해 가격을 조정하기 보다는 국제 가격을 비교해 제약사의 자발적인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약가 인하의 일환으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을 활성화야 한다는 기조를 보였다.
이러한 기조가 유지된다면 한국 바이오시밀러 업계에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한국 바이오시밀러는 올 상반기 기준 12종으로, 미국(24종) 다음으로 많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LG화학의 제품들이다.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서도 시장 확대에 대한 신약 개발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제품군의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골다공증 치료제인 프롤리아의 바이오시밀러 'CT-P41'도 FDA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028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가 약 10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후보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의 사용 촉진에 우호적인 입장"이라면 "바이오시밀러의 현지 시장가격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력 제고 및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