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러북 군사협력 불법성을 강하게 비판하고 국제사회 연대를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 강조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섰다. 미중 전략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균형감'을 갖추며 국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귀국 후 윤 대통령의 '쇄신' 작업에도 눈길이 쏠린다. 개각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비한 외교‧안보라인의 재정비 필요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그동안 외교‧안보라인의 교체가 잦았던 만큼,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APEC·G20 마친 尹, 오늘 귀국…러북 군사 협력 비판, 中 관계 개선 나서
윤 대통령은 APEC, G20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브라질 순방을 마무리하고 21일 귀국했다. 5박8일 간의 다자외교 무대에서 러북 군사 협력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G20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러시아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러북 군사 협력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호주 정상 등도 비판에 가세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APEC, G20 회원국들이 북러 군사 밀착에 대응해 힘을 결집해 달라며 일관되게 요청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사안인 만큼 한반도 뿐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러북 군사협력은 규범 기반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규범 기반 질서 수호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미 동맹 강조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열어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국 프레스센터에 비치된 '우 글로부' 신문.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브라질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한국에 있어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러북 군사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균형감'을 갖추며 '국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임기 전반기에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을 다져놨다면 후반기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외교의 '무게추'를 옮기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은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 전략은 한 번도 바뀐 적 없다"며 "우리는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로, 안보와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은 중요한 변화를 시사한다고 평가한다. 아주대 김흥규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우리 외교에 있어선 기존의 가치 중심 외교, 이분법적 세계관에 입각한 외교·안보정책에서 좀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노선으로의 대전환을 알리는 시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초기 표방했던 건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란 이분법적 세계관을 전적으로 수용한 선택적 외교였는데, 어떤 의미에선 그것이 크게 변할 거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상환 교수 역시 "중국 입장에서도 외교적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를 가지려면 한국에 접근하는 게 필요한데, 이번 순방에서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그간 냉각돼 있던 채널을 열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핵심이익은 미국과 공유하되, 일반적인 국익과 관련된 부분은 미국으로부터 자유롭게,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마무리 시점이고,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과도기인데, (우리 측과) 물밑 대화가 있을 거라 보고, 그런 맥락에서 우리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안 산적한 尹 '쇄신' 관건…'외교‧안보라인' 교체도 '촉각'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공군기지에서 귀국하며 공군 1호기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귀국한 윤 대통령에게 국내 현안은 산적해있다. 무엇보다 '쇄신' 측면에서 인사 작업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임기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 인재 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중심으로 진행된 인사 검증 결과를 보고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개각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 다음 달 초 혹은 연말, 연초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로 계속 자리를 지켜온 한덕수 총리와 함께 '장수 장관' 교체 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한 외교‧안보라인 재정비 필요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발(發)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감안한 인사를 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상환 교수는 "미국통도, 중국통도 필요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존의 틀 속에서 경직된 자세가 아니라,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인적 라인을 스태프로 구성해 놓는 것이 대외관계에 있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소장 역시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중국, 러시아와 외교를 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가치외교'를 중심으로 한 정부 초기 인사들은 이젠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그동안 외교·안보라인의 잦은 교체를 감안할 때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 정부 4번째 국가안보실장인 신원식 실장은 임명된 지 3개월 됐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명예교수는 "체계적이고 큰 그림을 염두에 두는 외교·안보라인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너무 흔들려왔다"며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를 꾸준히 파견하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국통'인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과의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어 앞으로 적절한 계기에 한미동맹이 주요 현안에서 어떤 비전과 방향성을 갖고 협력을 도모할지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