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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게시판 논란' 키운 한동훈…보름 넘게 '침묵'하는 이유?

국회/정당

    '당원게시판 논란' 키운 한동훈…보름 넘게 '침묵'하는 이유?

    韓, 논란 이후 '정면 돌파' 대신 '침묵' 일관
    당내 친윤계는 물론 당 밖에서도 "비겁한 침묵" 비판 나오지만
    친한 "설익은 해명이 오히려 판 키워"…가라앉을 것이란 기대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 호재에도 내부 총질에만 몰두하는 與
    "당내 싸움 몰두하다 정국 주도권 기회도 놓친다" 지적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한 채 침묵을 이어오는 사이, 당 내홍이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라는 '외부 호재(好材)'가 있음에도 여당이 내부 총질에만 집중하느라 반사이익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선 한 대표 외 마땅한 대권 주자가 거론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한 대표가 시간을 끌다 보면 논란이 점차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가 읽힌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그의 침묵이 논란을 키우는 면도 있는 만큼, 한 대표가 직접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표가 이번 논란에 대해 당 내부를 제대로 설득해내지 못하면, 당 대표로서의 입지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런동훈' 논란에도 韓 '원론적 답변'만…"해명하라" vs "에너지 낭비"

    한 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의 만남을 자처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에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는 지적에 직접 대응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 한 번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선고가 있는 중요한 시기에 건건이 대응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해서 다른 이슈를 덮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 당원게시판에 글을 쓴 것이 맞는지 등 논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채 보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며 논란이 가라앉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갈등이 당 안팎으로 확산되는 모양새가 됐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겁한 침묵"이라며 "이런 비열한 정치공작·여론조작을 했는데 얼굴을 들고 정치를 계속할 수 있겠느냐"고 공개적으로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최근 한 대표가 이 사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다 보니 '런동훈'이라는 별명까지 나온다"며 서둘러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도 최근 한 대표가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면전에 대놓고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권성동·김기현 의원 등 친윤 중진의원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러자 친한계도 공개적인 반박에 나서며 싸움에 참전했다. 국민의힘 진종오 최고위원은 같은 날 SBS 라디오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은) 결국은 수사를 하는 게 답이고, 자꾸 (친윤계에서) 당무감사를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당의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한 대표를 옹호했다.
     
    한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지금껏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배경엔 당장 설익은 해명을 통해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오기 보단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이날 MBC 방송에 출연해 "수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될 것인데, 그전에 어떤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그것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논란이 끝날 것도 아니다"라며 "당무감사도 (그렇다)"고 말했다. 또 친한계를 중심으로는 경찰 수사 결과가 가족의 소행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경우 친윤계에 불어올 역풍을 기대하며 벼르는 기류도 읽힌다.
     
    아울러 여권에 한 대표 외 거론되는 대권 주자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침묵으로 적당히 시간을 끌면 논란이 가라앉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유력하게 대안으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명태균발' 악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시간을 끌더라도 여유가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엔 수백 개가 넘는 게시글의 출처를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는 의혹의 특성 상 수사가 속도를 내기 어렵지 않겠냐는 고려도 있다.

    "'당내 싸움' 몰두하다 정국 '주도권' 기회도 놓친다"  



    하지만 한 대표의 침묵으로 점차 당이 진흙탕 싸움에만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의 역할엔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로 지금이 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 조차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의 침묵이 논란을 키우는 점도 있는 만큼, 그가 서둘러 해명해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대표의 '이례적인' 침묵이 논란에 불을 더 지피고 있다"며 "전열을 재정비해 국민의힘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도 재정립 할 수 있는 계기지만 소모적인 논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논란이 상당히 커진 만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친한-친윤 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한 대표 가족이 연루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친윤계의 타격은 불가피하고, 반대로 한 대표의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그의 정치 생명에 위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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