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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작가 "그림책은 '만질 수 있는 생각'이에요"

책/학술

    이수지 작가 "그림책은 '만질 수 있는 생각'이에요"

    '아동계 노벨문학상'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그림책 만들며 성인·아동 대상 구분 안해"

    28일 부산 백스코에서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연사로 참가한 이수지 그림책 작가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에 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출협 제공 28일 부산 백스코에서 개막한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연사로 참가한 이수지 그림책 작가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림책에 대한 철학을 밝히고 있다. 출협 제공 
    "책이 쇼츠(동영상)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요? 책은 펼치면 되잖아요. 책이 쇼츠가 해줄 수 없는 무엇인가를 해주고 재밌는 경험을 채워준다면 되지 않을까요?"

    국내 최초로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 대표 연사로 참가한 이수지 그림책 작가는 동영상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책이 중독성 강한 쇼츠 콘텐츠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독자들이 책이 주는 효용성을 제대로 느낀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

    이 작가는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문학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분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로 주목 받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공감할 수 있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국내 처음 열린다는 소식에 대표 연사 참여에 선뜻 나섰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을 매년 찾는다는 그는 "볼로냐 도서전은 전 세계 출판인들이 모이는 것은 물론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작가들이 모여 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가장 큰 주제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어른과 아이들 모두를 위한 도서전이자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도서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지 작가. 출협 제공 이수지 작가. 출협 제공 
    이 작가는 글과 그림이 함께 있는 그림책과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 있는데, 그림만 있는 경우 읽는 방법에 답이 없어 오히려 재밌어지는 책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른들만 당황하지 어린이들은 잠시 머뭇거릴 뿐 당황하지 않는다"며 "이미지가 주는 단서와 자기만의 생각으로 답을 만들어야 한다. 독자를 창의적으로 만드는 순간이자 그림책이 주는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가의 그림책 '파도야 놀자'가 대표적이다. 바다의 파란색이 점점 아이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그려낸 이 그림책은 북중미와 스페인·유럽, 일본 등 14개국에 출간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아이들 이상으로 어른 그림책 독자들이 늘면서 그림책 작가들의 연대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독립 그림책 출판 기획인 '바캉스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19명까지 늘어난 작가들과 함께 쉽게 즐겨볼 수 있는 그림책 출판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가는 "대부분의 그림책은 한 번 출간하기 위해 2~3년이 걸린다. 어떤 생각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익어서 정제되서 독자를 만나게 되는데, 조금 부족하지만 독자들과 더 자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작업들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소량 출판하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작가의 작품을 응원하고 구매해주는 독자분들이 생겨나면서 책 출판에 힘이 되고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림이라면 꼭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이 작가는 책을 고집한다. 책을 자신의 책 제목과 같은 '만질 수 있는 생각'이라고 설명한 그는 "아이처럼 손에 쥐고 있는 그런 색의 공간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지금 구상 중인 작품을 포함해 책이라는 물성을 더 잘 보여주고 즐김으로써 하나의 형식이자 그림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림책 작가들이 책을 통해 사랑 받아야 하지만 기술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그림책이 가진 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협 제공 출협 제공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출판 시장의 어려움, 디지털 기술 시장의 성장으로 작가들이 실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작가는 "답이 딱히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새로운 독자는 계속 있고 어린이도 늘 있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해도 어린이들에게 과연 어떤 매체가 필요한지 그 것에 대한 우리의 기준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창작자로서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작가의 신작 '춤을 추었어'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이 적용된 첫 콘텐츠다. 누군가 이 책을 구매하고 다시 판매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일정 금액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 작가는 "작가가 자기 본업만으로 생활을 영위하기 정말 쉽지 않다. 도서관 대출 시 창작자나 출판에서 일정한 보상이나 지원을 해주는 '공공대출보상제도'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잘 논의 되었으면 하고, 도서전을 통해 작가와 팬들의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한다"며 "어떻게 하면 창작자들과 독자들이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지 고민도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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