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박종민 기자한국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만에 결국 없던 일로 됐지만, 국내 정치는 물론 외교 문제를 비롯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한국의 계엄령 선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주요 동맹국들을 놀라게 했고, 특히 한국의 민주주의를 칭송했던 바이든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먼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시점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왔다.
이날 오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미국은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대해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NSC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접촉중이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충격적인 발표에 대해 적이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대해 NYT는 "워싱턴에서는 윤 대통령이 현재 미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전환중이고 또 때마침 바이든 대통령이 앙골라를 방문중이어서 이 시점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선포는 지난 대선에서 간신히 승리한 윤 대통령이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회 다수당인 야당과의 싸움에서도 희망이 없자 내린 선택이라고도 했다.
특히 NYT는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진 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한 행위와 유사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군·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로인해 그동안 한국을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칭하며 북한·중국·러시아에 맞서는 중요 동맹국으로 군사적 관계를 강화해온 바이든 정부에게는 향후 한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곤혹스러운 위치에 서게 됐다고 내다봤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를 외교 정책의 틀로 사용해 온 바이든 대통령이 큰 시험대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NYT는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던 한미일 정상회의의 성과도 이번 한국의 계엄령 소동으로 의미가 퇴색됐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정부는 특히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확립하기 위해 한국·일본과 새로운 3자 안보 파트너십을 구축했고 당시 캠프 데이비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유능하고 없어서는 안될 동맹"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또한 윤 대통령도 "한미일 세 나라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강화하고 자유, 인권, 법치주의라는 우리의 공유 가치에 기반한 지역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국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에 주둔중인 약 3만명의 주한미군의 역할에도 의문을 남긴다고 NYT는 꼬집었다.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사령부 산하에서 한국군과 협력해 운영되고 있는데, 계엄령 상황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연합뉴스
가뜩이나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측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라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 한 대담에서 과거 자신의 재임 시절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한국을 'money machine'(경제적으로 매우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큰 수익을 창출하는 나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미는 지난 10월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 5,192억원으로 정하기로 협정을 타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