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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헌정질서 뒤흔든 尹, 대통령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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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헌정질서 뒤흔든 尹, 대통령 자격 없다

    취임선서한 국회에 계엄군 투입한 대통령
    내란죄 수사도 불가피
    탄핵절차 돌입…윤석열 탄핵소추안 5일 새벽 국회본회의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저지하려는 시민 및 국회 관계자들이 대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박종민 기자
    2022년 5월 10일 화창한 봄날.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4만1천여명의 참석자들이 한 사람의 입을 응시하고 있었다. 배경음악과 함께 성큼성큼 발언대로 다가선 윤석열 대통령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오른손을 들었다.
     
    "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준수'를 첫머리로 한 취임선서는 그러나 2년 반 뒤 똑같은 장소에서 철저히 부정됐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국회 상공에 헬기가 떠다니고 거리엔 장갑차가 등장했다. 중무장한 계엄군은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외신은 "그동안 전세계에서 보기 드문 민주주의 성공신화를 썼던 한국이 혼돈에 빠졌다"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 만으로도 반헌법적이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에서 야당의 정부 인사 탄핵과 예산 처리 문제를 계엄선포의 사유로 내세웠으나 이 정도 사유는 비상계엄의 요건과 거리가 멀다. 국회의 탄핵소추권(헌법65조1항)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고유권한일 뿐 아니라 설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라는 관문을 거치도록 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절차를 총칼로 무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다.
     
    예산 감액을 문제삼은 것도 넌센스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미 감액예산안 상정을 미룬 채 10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며 여야 합의를 종용한 상황이었던 만큼 정치력과 협상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였다. 헌법이 규정한 계엄 선포의 사유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헌법77조1항)로 제한하고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군다나 국회와 야당을 무력화하기 위해 군과 경찰이라는 국가폭력을 동원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도록 했는데, 이 역시 명백한 헌법위반에 해당한다. 헌법은 비상계엄시 영장제도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함께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허용했을 뿐 입법부는 예외로 뒀기 때문이다. 또한 계엄군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10명을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한덕수 총리, 한동훈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계엄 선포는 야당에 대해 경고만 하려했던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헌정질서 파괴를 시도해놓고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취임 후 2년 7개월 동안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통치능력도, 소통능력도, 도덕성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법과 정의를 앞세워 당선됐지만 가족과 본인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쌓였다. 공정한 수사와 사법정의를 통한 자정능력은 작동하지 못했고, 의혹 규명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엔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자격에 흠집이 가고 민심이 등을 돌리면서 국정운영엔 한계가 드러났다.
     
    하지만 독재적 발상을 담은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이제 질서있는 퇴진의 기회마저 상실할 기로에 놓였다. 국회는 야6당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5일 새벽 0시48분 본회의에 보고함으로써 윤 대통령은 강제퇴출을 위한 수순으로 넘어갔다. 6일이나 7일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될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에서 탄핵여부가 가려진다.

    거기다 내란죄까지 덧붙여졌다. 야당은 무장 병력으로 국회와 국민을 겁박한데 대해 윤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했다. 형법87조에는 대한민국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내란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 등을 종합할 때 이번 계엄사태를 주도한 자들도 내란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보다 더 큰 잘못은 국민이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어렵게 쌓아올린 국가적 자부심을 허물어버린 죄일 것이다. 입법부를 적으로 규정하며 척결 대상으로 삼은 계엄선포문의 섬뜩한 문장들에서는 헌정질서를 뒤흔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헌법수호 의지가 훼손됐다면 대통령의 자격은 상실한 걸로 봐야 한다. 경기침체와 재정난, 국내외 정세변화에 따른 대한민국의 위기를 감안할 때 자진사퇴를 포함해 후속 작업은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향후 있을지 모를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상계엄 사태의 전모를 밝히고 법적책임을 묻는 작업도 철저히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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