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경제연구원)이 12·3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에서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요약했다.
KDI는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12월호'에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였으며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품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국제 통상환경 악화는 수출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앞서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경기 개선(세)가 제약된다'는 표현을 이번까지 네 달 연속 사용 중이다.
더 나아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표현을 전면에 내걸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자초한 12·3 계엄 사태로 대응 동력을 잃어버린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KDI는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와 기준금리 인하로 완만한 성장 흐름이 유지됐다"면서도 "글로벌 통상 여건의 악화 가능성 등 경기 하방 압력도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통상정책과 세계적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우리 수출 여건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미 우리 ICT 품목의 양호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11월) 수출은 전월(4.6%)보다 낮은 1.4%의 증가율에 그쳤고, 일평균 기준으로도 3.6%의 완만한 증가세에 머물렀다.
품목별로 봐도 일평균 기준 ICT 품목(25.8%)은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 속에 일반기계(-17.2%), 석유제품(-17.0%), 석유화학(-3.6%) 등이 일제히 감소했다.
산업 생산 측면에서도 반도체와 다른 부문 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조업일수가 확대된 영향 등에 힘입어 지난 10월 전산업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월 -1.3%에서 2.3%로 뛰어올랐지만,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계절조정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서비스업생산은 금융⋅보험업(-0.7%→3.6%), 보건⋅사회복지업(1.2%→2.7%)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덕분에 전월 -0.5%에서 1.9%로 반등에 성공했고,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0.3% 증가했다.
반면 광공업생산의 경우 반도체(17.5%)를 중심으로 6.3%의 양호한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계절조정 전월대비 기준으로는 부품사 파업 등으로 자동차(-6.3%)가 감소하면서 전월 수준에 그쳤다.
투자의 경우 지난 10월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장비(58.8%)를 중심으로 기계류가 12.6% 성장하면서 5.8%의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일반산업용기계(12.0%→-4.8%), 전기 및 전자기기(-8.4%→-5.5%), 기타기기(-12.8%→-4.2%) 등 반도체를 제외한 기계류는 감소세를 보이는 점은 불안요소다.
특히 건설업생산은 전월(-12.9%)에 이어 이번에도 9.7%나 뒷걸음질쳤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 봐도 4.0%나 감소하며 부진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건설 투자에서도 건축 부문의 수주 감소가 누적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지은 건설기성은 조업일수 증가했는데도 전월 -12.9%에 이어 지난 10월에도 -9.7%의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도 6개월 연속 감소 중인데, 지난 8월 -2.2%, 9월 -0.7%보다 감소폭이 훨씬 커진 -4.0%를 기록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건축부문은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 부진하면서 전월(-15.7%)에 이어 또다시 12.0%나 크게 감소했고, 토목부문도 1.9% 감소했다.
앞으로 지을 건설수주(경상, -11.9%)가 전년동월의 급등(42.3%)에 따른 기저효과로 감소하기는 했지만, 주택인허가(28.9%)와 주택착공(10.0%)이 증가하는 등 선행지표의 개선 흐름은 유지됐다.
다만 KDI는 "선행지표의 개선이 건설투자에 반영되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소요된다"고 지적하며 "당분간 건설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처럼 위축된 건설투자는 곧 내수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이어진다.
소매판매는 조업일수 확대로 승용차가 전월 0.7%에서 12.6%로 크게 증가했지만, 가전제품(-5.9%), 통신기기 및 컴퓨터(-15.4%), 화장품(-15.5%) 등 여러 품목이 부진해 0.8% 감소했다.
서비스소비 역시 숙박⋅음식점업(-1.2%),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0.6%) 등 소비와 밀접한 업종에서 감소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KDI는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점차 조정되고 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내수기업과 수출기업의 업황 전망이 모두 하락세를 나타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