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중구, 동구, 서구가 포함된 중앙하수처리구역(왼쪽)과 영도구에 해당하는 영도하수처리구역의 하수배제방식별 관로 현황도. 대부분 합류식 하수관로를 뜻하는 노란색 선과 회색 면적으로 칠해져있다. 부산시 제공부산시가 수질 개선 등을 목적으로 추진 중인 하수관로 분류식화 사업이 원도심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낮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복도로에 위치한 노후 주택 등 주거 문제가 심화하고 있는 원도심에 하수관로 정비까지 지지부진하면서 수질과 악취로까지 차별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부산 하단지역 분류식 하수관로 민자사업을 준공하면서 부산지역의 하수관로 분류 사업 공정률은 74.1%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생활폐수의 하천 유입으로 인한 악취 해소와 수질 개선 등을 위해 2000년대 들어 빗물과 오수의 하수관을 분리하는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생활폐수가 흐르는 관과 빗물이 흐르는 우수관을 분리해 오수가 하천이나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공사로, 시는 2040년까지 부산전역에 분류식 하수관을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하지만 부산 안에서도 지역별로 공사 진행률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도심 지역의 분류식화 사업 공정률이 유독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2040 부산광역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부산 중구와 동구, 서구가 포함된 '중앙하수처리구역'의 분류식 관로 보급률은 22%에 불과하다. 영도하수처리구역도 31%에 그쳐, 100%에 달하는 기장 정관 신도시나 74%인 서부산 지역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류식 관로가 설치되고 정화조까지 정비가 완료된 면적의 비율인 '분류식화율'은 그 차이가 더 크다. 2019년 기준 해운대구역의 분류식화율은 76.6%에 달하고, 수영구역도 57%를 기록했지만, 중앙하수처리구역은 5.4%, 영도구역은 6.4%에 불과해 분류식화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부산 영도구 봉래동물양장 인근 바다에 오수가 유출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 오수와 하수가 분리되지 않는 합류식 하수도관이 여전히 대부분인 원도심 지역에서는 실제로 이로 인한 해양 오염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영도구 봉래동물양장 인근 하수관에서 오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일이 수차례 반복돼 부산해경이 조사에 나섰다. 다행히 유출된 오수에서 기름 성분은 없었지만, 짙은 흙갈색의 오수가 영도 앞바다로 콸콸 흘러나오면서 주민들이 악취와 오염 우려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 오수는 인근 종합병원 내부에 있는 펌프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오수관이 분리되지 않는 합류식 하수도 구조상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중구에 위치한 자갈치 시장 인근도 보수천 방류구에서 나오는 악취와 인근 바다의 수질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해 11월 해양환경측정망을 통해 조사한 결과 자갈치시장 앞바다와 부산대교 지점에서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다.
또 두 지점 모두 생태기반 해수 수질 기준 4등급으로, '나쁨' 수준이었는데, 연구원은 육지의 오염물질 유입이 수질 악화의 주요인인 것으로 봤다. 하수관과 우수관로가 분리되지 않은 합류식 하수관이 많은 탓에 비가 오면 오수가 넘치면서 빗물이 하천에 흘러들고, 오염된 보수천물이 자갈치시장 인근 바다까지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도심 주민들이 지역 발전 사업 뿐만 아니라해양과 하천 오염, 악취와 수질 등 환경적으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하천처리구역의 오염 발생 상황 등을 따져 공사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부산시 전역에 분류식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하천 생태에 오염원이 영향을 많이 미치는 구역이나 오염원이 반복 발생하는 구역부터 선정해 공사를 시행하고 있고, 민간투자 사업이 추진되면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며 "원도심 지역에도 현재 공사가 진행 중으로, 부산 전역 100% 분류식화를 목표로 순차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