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농민들이 지겠습니다! 괜찮으시죠?" "아닙니다! 같이 집시다!"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저녁 7시경, 다급한 SOS가 각종 SNS에 올라왔습니다. '2024년의 우금치, 남태령으로 모여달라'. SOS를 친 것은 다름 아닌 농민 조직 '전봉준투쟁단'. 전봉준투쟁단은 2015년 민중총궐기 중 故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데 분노한 전국농민총연맹(전농)과 전국여성농민총연합(전여농) 소속 1,000여 명의 농민이 만든 조직입니다. 전봉준투쟁단이 박근혜 탄핵을 위해 상경 시위를 시도했던 8년 전, 경찰은 서울 길목 양재IC 근처에서 강경 해산 작전을 벌였습니다. 결국 36명의 농민이 연행되고 3명의 농민이 부상을 입은 채 당시 트랙터의 상경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2024년 12월, 8년 만에 윤석열 퇴진 시위를 위해 재결성된 전봉준투쟁단은 지난 16일 또다시 트랙터 대행진을 시작했습니다. 경남 진주, 전남 무안에서 나눠 출발해 한남동 윤석열 관저로 향하는 6일 간의 일정. 순조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지난 21일, 서울 입성을 코앞에 둔 남태령에서 또다시 가로막혔습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습니다.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전해 받으며 트랙터 행렬이 서울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마침 대규모 광화문 토요 집회가 있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농민들의 다급한 SOS를 본 사람들이 각지에서 산골짜기 남태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영하 9도의 새벽, 수많은 시민들 농민들과 함께 밤샘 대치를 했습니다. 트랙터의 서울행을 가로막았던 경찰 버스는 결국 대치 28시간 만에 철수했습니다.
"2030 여성들이 광화문에서 있던 그 복장 그대로 남태령에 와서 '저기, 여기 전농 맞나요?' 막 이러면서 바로 바닥에 앉아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농민) 분들이 너무 깜짝 놀라셨어요." (향연, 10년 차 농부)
남태령에서 구호 물품을 나눠주며 상황을 지켜본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이를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열어낸 시민들의 정치적인 감각'이라고 평했습니다. 탄핵이라는 하나의 의제를 위해서 모여있는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인지 깨달아가며 시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신세계를 열어낸 '남태령 대첩'.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28시간 동안 대체 그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씨리얼이 담아낸 7분의 영상에서 바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