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4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김미성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탄핵정국 휘몰아친 충청…지역 정치 변곡점 맞이하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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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모든 이슈가 휩쓸려간 상황이다. 충청의 아들을 표방하며 지난 대선에서 충청 표심을 얻어 당선된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는 국민들, 특히 충청권 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 충분했다.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용납될 수 없는 정치적 행동을 스스로 자행했다.
지역 보수 정당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면서 "다른 속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희망도 사라진 상황이어서 더욱 황당하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20석 가운데 단 3석을 얻는데 그친 국민의힘. 탄핵정국 속에서 이렇다 할 정치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한동훈 전 당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며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됐던 장동혁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비상계엄 해제안 투표에 참여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게 끝이었다. 그 이후 당론에 막혀, 더 이상 소신을 보여주진 못했다.
대통령 임기 초반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선임되면서 친윤계로 분류된 강승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탄핵 반대에 적극 나섰다. 탄핵을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탄핵 찬성을 주장하는 한동훈 전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두 의원 모두 탄핵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엔 현 시국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정 계파색이 옅은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탄핵이 가결된 직후 국민들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4일 "이제 대통령의 행위가 고도의 정치행위인지 위헌인지 헌재의 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불안해소와 예측가능한 스케줄을 통해 불안정성을 제거하지 못한 게 아쉽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충청권 20석 가운데 단 3석으로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 따라 지역 보수지지층의 궤멸이냐,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느냐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진 반등 가능성은 낮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의힘 내부 곳곳에서 탄핵반대 기류가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보수정당은 각종 전국단위 선거에서 참패하며 암울한 시기를 겪은 경험이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민의힘 중진의원을 중심으로 국민정서와는 상반된 탄핵반대 분위기가 목격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선출직 입장에서는 단 몇%의 극보수 지지층이라도 끌고 가야만 내일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 탄핵으로 인해 학습된 효과가 있지만 잘 판단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목소리 큰 극소수 지지층만 곁에 두더라도 해볼만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반면 내부에서조차 이번 탄핵정국을 잘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10년 넘는 시간 동안 보수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 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탄핵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역정가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주변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해 대통령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가능했지만, 이번 상황은 대통령 스스로 말도 안되는 계엄을 선포하며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려 했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면서 수습해야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