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탄핵정국 휘몰아친 충청…지역 정치 변곡점 맞이하나 ②민주당 지역 국회의원들, 탄핵정국서 역할 해내야 (계속) |
혼란의 탄핵 정국에서 정부의 감액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충청권 현안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긴축재정 기조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대전 지역 7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전은 4조 4514억 원, 세종 1조 5801억 원, 충남도는 10조 9261억 원의 내년도 정부예산을 확보했다. 지난달 야당 단독으로 감액한 예산안이 통과된 결과인데, 지역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전시의 경우, 내년도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의 국비 1846억 원 중 586억 원만 반영되는 데 그쳤고,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 51억 원도 국비 확보에 실패해 올해도 적자 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국회 증액 예산 심사가 무산됨에 따라 우주산업 클러스터 인력양성(58억 원), 서부권 보훈 휴양원 건립(1억 원), 자유총연맹 자유회관 시설보강(21억 원), 도시철도 1호선 철도 무선통신망 구축(64억7천만 원) 사업 등도 내년도 추진이 보류됐다.
세종시는 최민호 세종시장이 단식농성을 벌이며 추진한 정원도시박람회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2026년 가을 개최가 끝내 무산됐다. 종합체육시설도 네 차례 유찰 끝에 2027년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개최 전 완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되면서 정부안에 반영된 99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충남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도는 충남대 내포캠퍼스와 충남혁신도시 과학영재학교 설립, 아산경찰병원 건립, 국립치의학연구원 천안 설립, 충남권 국립호국원, 국방 미래기술연구센터 등 핵심 사업의 예산을 증액하지 못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는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때 축소되거나 삭감된 예산 반영을 재추진할 계획이지만, 일부 사업의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초부터 추가경정예산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나오지만,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충청권 현안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같은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게 더불어민주당인만큼 지역 야당 정치인들이 지역 발전에 필수적인 현안 챙기기에 더욱 몰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내란 사태와 탄핵 정국,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며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만큼 그 어떤 사안도 '민생' 챙기기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달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역사회에서는 4선의 박범계 의원, 3선 조승래 의원, 재선 장철민 의원 등 다선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조 의원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으로서 중앙정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전, 세종, 충남 광역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단체장과 정치권과의 협치가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재대 최호택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보면 중진들이 상당히 많이 있지만, 지역의 현안 사업이라든지 지역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는 큰 역할을 못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에서 편성을 하고 이것을 심의하는 것은 국회의 몫인데, 지역의 예산이 또 국고 보조 사업들이 대부분 폐기됐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좀 부족했다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이어 "조그마한 사업이나 홍보에 치우치지 말고 정말 지역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을 유치하고 만들어 가는 데 자치단체장과 협업을 통해서 이뤄나가는 것이 지역민들이 바라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이희성 교수는 12·3 내란 사태 당시 야당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만큼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당의 역할을 해냈다고 봤지만, 최 교수와 마찬가지로 지역 현안 챙기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지역 현안이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게 지역 국회의원의 첫 번째 일인데, 연말 탄핵 정국 속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역 현안 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예산 확보를 못 했다"며 "추경이 빠르게 진행이 돼야 할 것 같은데, 지역 현안들을 지역 국회의원들이 좀 더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민생을 챙겨야 되고, 지역의 현안들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탄핵 정국이라는 것은 정권 교체 시기라고도 봐야 하기 때문에 잿밥에 관심이 클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경우 대선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면 지역의 여러 현안이나 지역 경제, 민생에 대해 등한시할 개연성이 높다"며 "국회의원들은 본인들을 뽑아준 지역구 주민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정말 민생을 경청해야 하고, 그것들을 의정 활동하는 데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