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대치 상황 끝에 집행을 중지한 후 철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3일 내란수괴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경호처)와 6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결국 철수했다.
대통령경호처와 관련 군 병력이 관저로 진입하려는 경찰을 막아서면서 한때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조수사본부 수사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다가 3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를 빠져나오고 있다. 주보배 기자공조본은 이날 오전 8시 2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를 통과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집행에는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를 비롯해 공수처 인력 30명과 경찰 120명 등 총 150명의 수사 인력이 대거 투입됐지만 약 5시간 30분 동안 경호처와 대치한 끝에 철수했다.
경호처는 수사팀의 진입을 막기 위해 인력 수십 명과 군용차, 소형 버스까지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과 대통령경호처간 몸싸움이 한 때 벌어지기도 했다. 경호처가 통제하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 등 관련 군 병력도 투입됐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류영주 기자공조본은 경호처가 만든 1, 2차 저지선를 어렵게 뚫고 관저 건물 앞까지 전진했지만, 마지막 저지선을 뚫지 못한 채 대치하다가 건물 진입에 실패했다.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현장 인원들의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며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다.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발부한 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문구를 적시해 그간 군사상, 공무상 비밀을 이유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을 막아온 경호처의 방어 논리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그러나 박종준 경호처장은 이번에 대통령 경호법을 내세워 윤 대통령 체포를 막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해당법은 경호처 소속 공무원과 관계기관 공무원이 경호 목적상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호구역에서의 출입통제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규정이 '체포 방패막'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尹측 윤갑근, 김홍일 변호사가 들어가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날 오후 12시쯤에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김홍일, 윤갑근 변호사도 대통령 관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변호인단은 전날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 영장 자체가 위법이자 무효라며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변호인단 뿐 아니라 윤 대통령도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전달한 편지에서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사실상 공조본의 체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영장 집행 거부 움직임과 맞물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전날부터 관저 주변으로 몰려 "공수처를 체포하라" 등 구호를 외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