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후 수사관들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복귀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앵커]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시도하다 5시간 30분 만에 철수한 공수처는 "법 절차에 응하지 않은 윤 대통령 태도에 심히 유감"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현장 안전상 우려로 영장 집행을 중지했다고 설명했지만, 너무 허무한 후퇴에 비판의 목소리도 큽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정다운 기자 연결합니다. 정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체포영장 집행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공수처가 너무 쉽게 물러난 거 아닌가요. 사유를 뭐라고 설명하던가요.
[기자]
네 공수처는 오늘 오후 1시 30분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면서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됐다" 이렇게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후에 공수처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 더 상세히 밝힌 사유는요. "대통령 관저 200m 이내로 접근했지만, 버스와 승용차 10대 이상이 막고 있었다. 당시 경호처 직원과 군인 200여 명 정도가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또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간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있어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혼란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때부터 예상된 상황이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영장 발부 이후에 연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관저 앞에 모여 농성을 하고 있었고요. 때문에 경찰에서 협조한 기동대만 45개 부대, 약 27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인간벽'을 뚫지 못했고, 공수처는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이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물론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최대한 조심했어야 하는 상황은 알겠지만, 정당한 법집행이 막힌 건데 너무 순순히 후퇴하고 유감 표명만 하는 게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을 만나지도 못한 건가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 尹측 윤갑근, 김홍일 변호사가 들어가고 있다. 류영주 기자[기자]
네 공수처나 경찰 측 누구도 보지 못했다고 하고요. 점심쯤 윤 대통령 측을 대리하는 김홍일, 윤갑근 변호사가 관저로 들어갔는데 이 변호사들과 공수처 검사들이 만나긴 했습니다. 변호사들은 "공수처가 발부받은 영장은 위법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하고요. 대신 "조만간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할 테니 추후 논의하자"고 했다고 합니다.
다만 말씀하셨듯 너무 빨리 철수했기 때문에 혹시 공수처와 변호인단이 윤 대통령 출석 관련해서 의견을 맞춘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는데 그런 조율은 없었던 걸로 전해지고 있고요.
또 기자들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작전이 잘못된 것이냐' 묻기도 했는데, "저희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향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도록 채증 작업은 진행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지난 1일 CBS가 단독 보도한 내용이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경호처의 방어논리를 무너뜨리기도 했는데, 경호처는 오늘 무슨 근거로 영장 집행을 막아선 건가요?
[기자]
네 앞서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군사상 비밀 장소나 공무상 비밀을 압수수색할 때 해당 기관 책임자 승낙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수색을 거부해 왔는데 법원이 이 논리를 깼죠.
그래서인지 오늘은 경호법을 앞세웠습니다.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앵커]
그 법 역시 '경호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라고 하는데, 이 사안이 거기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네요. 정 기자, 체포영장 기한이 6일까지잖아요. 내일은 토요일이라 집회 인원이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 공수처가 계속 체포 시도를 할까요.
[기자]
일단 공식적으로 어떻게 하겠다 밝힌 입장은 없습니다. 다만 영장 기한이 남아있기 때문에 주말 사이 계속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요.
특히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오늘 영장 집행을 막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 출석하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 내일 경호처장이 경찰에 출석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 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고요. 만약 경호처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대치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를 시도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반면 경호처도 조금 전 입장문을 내고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앵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에 성공한다면 어떻게 조사가 진행되죠?
[기자]
일단 윤 대통령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3층 영상조사실로 이송해 조사하고 서울구치소에 구금하게 됩니다.
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시한은 48시간이죠. 공수처는 그 안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도로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저지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구속영장은 체포영장보다 발부 요건이 까다로운데요. 윤 대통령의 경우 주거가 불안정하거나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긴 어렵고, 내란 혐의 공범들도 대부분 구속된 상태여서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범죄 혐의의 상당성, 즉 내란죄 우두머리로서 혐의 입증이 주되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는 이미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준비한 상태라고 하고요. 48시간 조사 과정에서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계엄 논의를 시작한 시점, 계엄 선포 당일 현장 지휘관들에게 내린 지령 내용, 2차·3차 계엄 준비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예정입니다.
[앵커]
끝내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크게는 세 가지 갈래인데요. 체포영장을 다시 한번 청구하는 것. 아니면 체포 불응을 근거로 더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이 있고요. 더 이상 신병확보 시도를 하지 않고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일단 공수처는 이후 조치에 대해선 검토해서 결정하겠다.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죠. 정다운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