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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의 55경비단장은 누구 명을 따라야 하나[기자수첩]

기자수첩

    '한남동'의 55경비단장은 누구 명을 따라야 하나[기자수첩]

    그리 찾아대더니 지금은 '나 몰라라'

    12.3 내란 때는 대통령·장관이 경쟁하듯 현장 지휘관에 명령 하달
    尹체포 국면에선 교통정리 부재…해당 부대는 항명과 공무집행방해 '외줄타기'
    韓총리 이어 崔대행도 수수방관…"이게 나라냐" 탄식 다시 터져나올 판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류영주 기자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류영주 기자
    12.3 비상계엄의 윤석열·김용현 지휘부는 순수한 작전 측면에서 보더라도 무능했다. 당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0여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특전사 병력의 국회 장악 작전을 거의 분 단위로 독촉한 것이다.
     
    비슷한 시각 곽 사령관의 비화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화 벨소리도 울렸다. 특전사가 어디쯤 향하고 있는지 묻는 첫 번째 통화에 이어 두 번째 통화에선 "문을 부수고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내란죄의 '스모킹 건'이다.
     
    이는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최악의 리더십에 가깝다. 긴박한 작전 상황에선 현장에 재량권을 주고 간섭을 최소화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윤·김은 초조함에 몸이 단 나머지 경쟁하듯 지시와 명령을 쏟아냈다. 일선 지휘관들의 고충이 어땠을지 짐작된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선 또 다른 국가 지휘계통의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대의 얘기다.
     
    평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두 부대는 돌연 여론의 한복판에 섰다. 이들은 국가원수 친위대 성격의 최정예 부대다. 12.3 내란의 주역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이 거쳐갔다.
     
    자부심에 똘똘 뭉쳐야 할 이들은 그러나 졸지에 가슴앓이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야당과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최일선에 내몰렸다.
     
    경호처는 이를 부인하지만 믿기 어렵다. 특히 국방 의무를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가 대통령 경호처와 계속되는 대치 끝에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한 가운데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공수처가 대통령 경호처와 계속되는 대치 끝에 집행을 중지하고 철수한 가운데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 직원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논란이 되자 경호처는 "병사들은 후방 근무로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장교·부사관 등 간부들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대통령 관저가 요새화되고 경찰특공대와 헬기 투입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칫 애꿎은 장병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국방부는 체포영장 집행에 군이 투입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 표명과 함께 해당 부대장들에게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없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방부로선 국가기관 간 마찰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름 최대치의 결정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거듭 확인했듯 해당 부대의 지휘통제 권한은 엄연히 경호처에 있다. 따라서 이런 지침은 오히려 혼란만 키울 수 있다.

    해당 부대로선 '항명'과 '특수공무집행방해' 사이에서 절체절명의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외줄타기식 각자도생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결국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결단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몫이다. 국방부와 공수처‧경찰, 경호처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 그 상위기관이 교통정리해주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이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 대행은 그 전임자인 한덕수 총리가 그랬듯, 비겁함인지 우유부단함인지 모를 직무유기로 일관하고 있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듯 빠져 나가는 외화와 무너지는 국가 신인도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과연 수십년 국록을 먹었던 엘리트 관료가 맞는지 국민적 배신감이 극에 달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다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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