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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내 소울푸드는 K-할머니 냄비밥"

책/학술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내 소울푸드는 K-할머니 냄비밥"

    한국계 미국인 셰프…'스모크&피클스' 국내 출간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 위즈덤하우스 제공 한국계 미국인 셰프 에드워드 리. 위즈덤하우스 제공 
    "나는 이균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 등장하며 꺼낸 그의 첫 마디는 음식에 대한 정체성을 말하는 듯 했다. 1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한국 말은 서툴지만 여전히 그의 요리 정신에 할머니의 밥상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에드워드 리(52)가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누룽지가 깔린 구수한 냄비밥 소개로 시작하는 요리책 겸 에세이 '스모크&피클스(Smoke&Pickles)'를 8일 국내 출간한다.

    2013년 미국에서 먼저 나온 이 책은 요리를 다루지만 레시피보다 그의 요리 인생과 철학이 담긴 에세이에 가깝다. 미국 남부 요리와 한국 전통 음식을 결합해 독창적인 요리 세계를 선보이는 그의  정체성과 삶을 음식으로 풀어낸다.

    그는 출간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자택에서 7일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글로 나와 있는 책 제목을 보니 감격스럽다"며 "지금 제 요리에는 어린 시절 먹은 한국 음식의 맛이 다 들어가 있고, 요리에 대한 저의 생각과 철학이 이 책에 담겨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책의 서문은 그가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주시던 '냄비밥'에 대한 이야기와 레시피로 시작한다. 그에게 있어 '요리'는 음식을 넘어 문화와 정체성, 가족, 인간관계를 탐구하는 방식이자 그의 뿌리와 그가 딛고 사는 삶의 터전에 대한 사랑으로 표현된다.

    그는 "미국 남부와 한국의 음식을 보면 세상이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내 머릿속 깊은 곳엔 밥은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박혀 있다. 우리의 조지루시 밥솥은 매일 조용히 순종적으로 하얀 김을 내뿜었다. 명절이 되면 할머니가 밥솥에 팥과 밤을 넣기도 했지만 그 외의 모든 시간은 항상 동일했다. 가끔 믿음직한 밥솥이 고장 나 불빛이 깜박거릴 때면 할머니는 전통 방식 그대로 무거운 냄비에 밥을 짓곤 했다."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레시피는 '토마토 요거트 양고기 덮밥', '소고기 옥수수 덮밥', '닭고기와 오렌지 땅콩, 미소 덮밥', '매콤한 돼지고기 덮밥', '참치 아보카도 덮밥' 등 다채로운 덮밥으로 가득하다. 레시피마다 그의 어린시절, 가족과의 추억, 학창시절, 요리사로 살아가게 된 에피소드와 이민자의 삶을 고스란히 버무렸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위즈덤하우스 제공 
    성장해가는 과정을 통해 음식에 깃든 삶의 정체성은 다양한 문화와 방식으로 재료들과 어울리며 독창적인 요리로 발전해간다. 그가 자신의 요리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그는 "기억, 감정, 맛과 같은 것을 통해 손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요리사의 개인적인 성향을 반영하는 요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라는 존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면서 음식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말한다.

    높은 인기로 정체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그는 "같은 레시피를 반복하는 셰프가 되고 싶지는 않다"며 "영원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나가는 셰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이미 미국에서 저명한 요리사로 이름을 날리면서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이유는 과감한 결정이었지만 다양한 한국 셰프들과 교류하고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크게 상승하며 팬들까지 생겼지만 미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한국에서 식당을 오픈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그는 현재 켄터키 레스토랑 610 매그놀리아 등 6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워싱턴 D.C에 친환경을 모티브로 한 비영리 한국식당을 열고 음식이 나아가야 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분들이 다가와 사진을 요청하고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매우 따뜻하게 느껴지고 감동적"이라면서 한국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2019년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 도서 부문 수상할 정도로 문장력을 인정 받는 그는 요리 만큼이나 글쓰기에 대해서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저에게 최고의 예술은 요리이고, 그 다음은 글쓰기"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에드워드 리는 이민자 셰프로서의 삶을 담은 에세이 '버터밀크 그래피티'(Buttermilk Graffiti)와 위스키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버번 랜드'(Bourbon Land)도 각각 3월과 5월 국내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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