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올 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도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박희영 기자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 올겨울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9일 아침, 시민들은 두꺼운 외투와 귀마개, 목도리, 털장갑 등으로 추위에 단단히 무장한 채 출근길에 나섰다.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졌고, 매서운 칼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만난 정윤지(30)씨는 이번 겨울 처음으로 '귀마개'를 착용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먼저 출근한 친구가 귀가 떨어질 것처럼 춥다고 했다"며 상의 4겹, 하의 2겹을 겹쳐 입고도 얼굴이 차가워 춥게 느껴진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순천향대병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지홍(28)씨는 이날 아침 일기예보를 보고 "어떻게 나가야 하나" 걱정부터 앞섰다고 했다.
평소 새벽 4시에 출근하는 그는 "오늘은 쉬는 날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평소 추위를 잘 타지 않는데 오늘은 바람이 강해서 마스크에 모자까지 챙겼다. 독감에 걸린 후 아플까 봐 무서워서 더 껴입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마련된 한파대피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73)씨도 이날 라디오 일기예보를 듣고 외출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그는 "모자와 양털 무릎 보호대를 챙기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를 신었다"며 "집에서 아침 먹고 나오면 한동안은 안 추운데, 버스 환승 시간이 길어질 땐 10분도 넘어서 너무 춥다"고 했다.
평소 재택근무를 자주 한다는 30대 남성 김창우 씨는 이날 외출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며 "얼굴이 너무 따가워서 버스정류장까지 모자를 쓰고 나왔지만, 집에 두고 온 핫팩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계속 넣고 웅크린 자세로 다니게 된다"며 이번 추위의 매서움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서울의 체감온도는 영하 19.6도까지 떨어졌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그밖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도 한파주의보·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강추위는 오는 12일부터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남 서해안과 호남지방, 제주산간을 중심으로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해당 지역은 시간당 3~5cm 안팎의 강하고 많은 눈이 예상돼 빙판길 교통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