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문건의 목록 공개 여부를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행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016년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기록물 수만 건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 △개인 사생활 관한 기록물인 경우 등에 해당하면 공개하지 않도록 정한다. 최장 15년, 사생활 관련 문건은 최장 30년 동안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송 변호사는 2017년 대통령지정기록물 중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공무 수행을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건의 목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이 이를 근거로 '세월호 7시간' 문건의 목록을 비공개 처분하고 이의 신청도 기각하자 소송에 나섰다.
앞서 1심은 대통령기록관의 정보 비공개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심은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지정된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을 했다고 해서 지정 행위의 유·무효 또는 적법 여부의 증명 책임까지 피고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증명을 다 하지 않았다고 해 비공개 처분이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통령기록물의 보호기간 설정이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만 비로소 적법한 효력을 갖는다고 판시했다. 원심이 자료제출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지고 대통령기록물지정이 적법했는지를 따져야 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 제도의 취지에 비춰 법원은 원칙적으로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보호기간 설정행위의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사법심사 방법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보호기간을 정한 행위의 적법성을 심사하기 위해 정보공개법에 따라 비공개 열람과 심사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행정청이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 제4항(개인 사생활 관한 기록물)을 근거로 그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