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에 최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 자체가 적은 반도체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이지만 완성차를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현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편 우리 정부에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를 요청하며 'SOS'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 "영향 있겠지만 제한적"…일단은 예의주시
19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관세를 어느 정도로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아마 여러분에게 4월 2일에 이야기할 텐데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에 대한 질문에 "25%, 그리고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관세는 1년에 걸쳐 훨씬 더 인상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그들(기업들)에게 (미국에 투자하러) 들어올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미국으로 와서 여기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에게 약간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세를 4월 2일이나 발표 시점 이후 곧바로 부과하기보다는 관세 발효까지 일정 시간을 둬 기업들이 생산거점을 미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반도체는 1997년 WTO(세계무역기구)의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회원국 간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수입하는 한국산 반도체에도 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미국이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반도체 업계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다만 지난해 기준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은 7.5%로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보다는 낮아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산 반도체의 대체재가 없다는 점도 제한적인 영향을 관측하는 이유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수입산 반도체에 없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대미 반도체 수출이 많은) 대만 TSMC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수입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미국 기업들만 손해"라며 "국내 반도체 기업도 피해가 없지는 않겠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주지 않고 반도체 공장을 지으라는 것인데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우리 기업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지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美수출하는 車업계는 술렁…美생산 확대 채비
반면 완성차를 수출하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총 수출은 278만2612인데 이 중 미국 수출은 절반(51.49%, 143만2713대)이 넘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때부터 예고된 만큼 생산 확대를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가동에 들어간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앨라배마 공장(35만6천100대),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 물량을 더해 미국 내 생산 능력을 총 119만610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아 김승준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024년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관세만큼 추가 부담이 생기겠지만 장기적으로 가격 인상이나 생산지 조정 등을 통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는 정부에 미국산 LNG 수입 확대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가 한·미 무역적자의 가장 큰 요인인 만큼 미국산 LNG 수입량을 늘려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경제계도 직접 미국을 찾아 현지 정·재계를 대상으로 아웃리치(대외 소통·접촉)에 나섰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끄는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은 이번 주 미국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해 미국 정·재계 인사들과 현지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정부 간 경제 협력 논의 발판을 마련한다. 경제사절단에는 대미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철강, 조선, 에너지, 플랫폼 등 핵심 산업 대표들이 대거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