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이 첫 솔로 월드 투어 '홉 온 더 스테이지'를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마지막 날인 2일 공연 오프닝 의상을 입은 모습.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홉 온 더 스테이지'(HOPE ON THE STAGE).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첫 솔로 투어 명은 그의 말마따나 "말 그대로"다. "별거 없습니다, 여러분"이라고 운을 뗀 제이홉은 "제이홉이 무대 위에서 많은 것들을 보여드리겠다, 뭐 그 이상으로 표현할 게 있을까?"라며 "다양한 감정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표출해 보겠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노래 잘 만들고 뭐 내 진심 담기고 해봤자 들어주시는 분들, 즐겨주시는 분들 없으면 과연 원동력이 생길까?"라며 공연장을 채운 관객에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 제이홉은 홀로 2시간 이상의 공연을 이끄는 완연한 '솔로 아티스트'임을 '홉 온 더 스테이지'로 증명했다.
2일 오후 5시 10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에서 열린 '홉 온 더 스테이지' 서울 마지막 날 공연은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는, 꿈틀거리는 에너지 덩어리 같았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엠비션 온 스테이지'(Ambition on stage)를 시작으로 야망(Ambition), 꿈(Dream), 기대(Expectation), 상상(Fantasy), 소원(Wish) 등 5가지를 주제로 한다. 첫 번째 섹션 '야망'은 지난 2022년 7월 발매한 제이홉의 첫 정규앨범 '잭 인 더 박스'(Jack In The Box) 수록곡으로만 꾸며졌다. 더블 타이틀곡 '방화'(Arson)와 '모어'(MORE)를 비롯해 총 5곡 무대가 펼쳐졌다.
제이홉은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3만 7500여 관객을 만났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시작 전부터 시선을 사로잡은 붉은색이 첫 섹션의 포인트였다. 총 25개 리프트로 구성된 무대는 붉은 천으로 덮여 있었고, 피아노 연주에 따라 빛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리프트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다양한 높낮이를 형상화할 때, 제이홉은 마치 록스타 같은 차림으로 나타나 '왓 이프'(What if…)를 선보였다. 나란히 들려준 게 알맞은 한 수로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판도라스 박스'(Pandora's Box)는 드럼 등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특히 귀에 꽂혔다.
'방화'는 노래 제목에 걸맞은 시각 효과로 가득한 무대였다. 한쪽 장갑을 벗고 라이터를 켜 불꽃을 피운 행동을 시작으로, 강렬한 불기둥을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불에 그을리고 탄 듯한 자국도 리프트 곳곳에 남겨져 있었다. 몰아치는 듯한 곡의 마지막, 제이홉이 방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 '알슨'(arson)을 읊조리자 환호 소리가 찢어질 듯했다.
공연장을 들썩이게 하는 큰 환호에, 인사도 하기 전 함성 크기 점검부터 나선 제이홉은 "이게 아미(공식 팬덤명) 파워인가?"라며 웃은 후 "오늘 감히 예상해 보지만 최고의 공연이 될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저의 모든 것들을 다 쏟아부어가지고 오늘 공연을 만들 것"이라고 한 제이홉은, 20곡 넘는 세트 리스트를 혼자서 충분히 소화해 냈다.
두 번째 섹션 '꿈'은 지난해 3월 나온 미니앨범 '홉 온 더 스트리트 볼륨 1'(HOPE ON THE STREET VOL.1) 수록곡 위주로 꾸려졌다. 제이홉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댄스'를 중심으로 한 앨범이어서인지, 제이홉에게 '착붙'(착 달라붙는) 구간으로 느껴졌다.
이번 공연은 야망·꿈·기대·상상·소원 등 총 5가지 주제로 구간을 나누었다. 빅히트 뮤직 제공스트리트 패션을 입고 무대에 오른 제이홉은 솔로 버전으로 편곡한 '온 더 스트리트'부터 '락 / 언락'(lock / unlock) '아이 돈트 노우'(i don't know) '아이 원더…'(i wonder…) 무대를 펼쳤다. 거리를 나타내는 화면을 띄운 후, 제이홉은 "여러분들 같이 걸어주실 거죠?"라고 물었다.
다국적 댄서들의 흥겨운 댄스 브레이크를 마친 후, '락 / 언락'에서는 남성 댄서가 '아이 돈트 노우'에서는 여성 댄서가 각각 올라와 곡 분위기에 맞는 춤을 선보였다. 앞으로 본인은 노래 안 하겠다고 제이홉이 너스레를 떨 만큼, '아이 원더…'의 떼창은 대단했다.
'홉 온 더 스트리트' 앨범 자체가 자기의 '뿌리'인 스트리트 댄스에서 착안한 만큼, 제이홉은 이날도 '뿌리' 언급을 잊지 않았다.
"스트리트 댄스 장르를 이렇게 무대로 풀 수 있는 아티스트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까 생각도 들긴 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워낙 요즘 잘하시는 분도 많지만 제가 어렸을 때부터 스트리트 댄스로 춤을 췄고 저는 그 뿌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뿌리를 진정성 있게 담고 싶었고, 앨범이 나왔고 앨범 곡으로 무대를 만들어 봤고, 그래서 뭔가 되게 애착이 가고 애정이 가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제이홉이 '방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 뮤직 제공세 번째 섹션 '기대'는 제이홉이 2015년 발표한 무료 음원과 믹스테이프, 방탄소년단 그룹 곡과 앨범에 실린 솔로곡을 두루 아우르는 가장 다채로운 구간이었다. 방탄소년단 곡인 '마이크 드롭'(MIC DROP)과 '뱁새' '병'을 제이홉만의 스타일로 듣는 재미가 색달랐다. 제이홉 솔로곡 '아웃트로 : 이고'(Outro : Ego)는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꾸몄는데, 맨 마지막에 제이홉에 뒤로 쓰러지는 듯한 연출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무대 장치를 활용한 연출도 이때 특히 두드러졌다. '항상'(HANGSANG)에서는 서브 무대의 리프트를 최대치로 상승시키고 바닥 레이저로 공연 포스터를 구현했다. '에어플레인'(Airplane)과 '에어플레인 파트 2'(Airplane pt.2)에서는 기차 모양의 업&다운 LED 브리지 무대로 메인과 서브 무대를 연결하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초기 곡을 대하는 제이홉의 자세였다. 7년 전 세상에 내놓은 믹스테이프 '홉 월드'를 두고, 제이홉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았고 과한 겸양을 떨지도 않았다. 오히려 '순수하게 음악을 했던' 그 시절의 자기 자신을 여전히 기억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앨범도 어렸을 때 만들지 않았나. 나는 내 결과물에 대해서 절대 민망하고 후회스럽고 그러진 않는다. 다 피와 살이 될 것"이라고 한 제이홉은 "그 시절의 내가 되게 순수하게 음악을 썼던 게 곡을 들어보면 느껴진다. '홉 월드'도 '데이드림도' 되게 영(young)함이 느껴진달까. 항상 그 앨범을 들으면 첫 앨범이기도 하고 굉장히 저한테 의미가 있는 앨범이 아닌가"라고 바라봤다.
제이홉 콘서트에는 다양한 댄서가 기량을 뽐내는 댄스 브레이크가 있었고, 댄서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도 여럿이었다. 빅히트 뮤직 제공'상상'을 소재로 한 네 번째 구간에서는 첫 믹스테이프의 타이틀곡 '데이드림'(Daydream)(백일몽)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한 솔로곡 '치킨 누들 수프'(Chicken Noodle Soup), '홉 월드'(Hope World) 무대가 등장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제이홉은 오는 7일 음원으로 나오는 신곡 '스윗 드림스'(Sweet Dreams)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미구엘(Miguel)이 피처링한 이 노래는 제이홉표 '몽글몽글한 사랑 노래'다. 마치 별빛을 옮겨 놓은 듯한 휴대전화 플래시 이벤트에 제이홉은 무척 감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제이홉은 "이런 느낌을 되게 오랜만에 받는 것 같다"라며 "신곡 집중해야 되는데 집중을 못 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들이 훨씬 더 아름답게 꾸며주셨다, 신곡을"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전역하고 나서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제이홉은 쭉 생각해 보니 "사랑이란 감정이 되게 단순한 건데, 요즘 세상은 그런 감정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라며 "제이홉이 제대로 된 사랑 노래를 한 적이 있나 생각했고, 그래서 열심히 써서 나온 곡"이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을 향한 제대로 된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신곡을 소개한 제이홉은 "미구엘이 참여해 줘서 굉장히 풍성하고 아름답게 완성된 곡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이홉은 3월 북미, 4월 아시아 투어를 진행한다.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그야말로 화끈하게 무대를 즐긴 관객석을 보고, 제이홉은 관객들을 안아주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워낙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이 정도의 열기와 응원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정말로 그냥 너무너무 자랑스럽고, 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티스트와 이 팬덤이 얼마나 잘 놀고 공연을 잘 이끌어 가고, 에너지를 어떻게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다 느끼게 해 주고 싶다"라고 바랐다.
"무대에 있을 때, 공연장에 있을 때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제이홉은 "앞으로도 제가 계속 열심히 노래하고 춤추고 랩하고 하면서 여러분의 좋은 희망, 무대 위에서의 좋은 희망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또한 "오늘 마지막 공연을 선택한 여러분도 최고의 선택이었고, 그야말로 우리도 완벽했다"라며 자기가 아니라 "아미가 최고야!"라고 연호한 바 있다.
마지막 날인 2일 공연에는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이 방문했다. 앙코르 전 대기 시간 전광판에 모습이 잡힌 진은 입 모양으로 '제이홉 사랑해'라고 외쳐 쏟아지는 환호를 받았다. 지난달 28일부터 2일까지 사흘 동안 체조경기장에서 3만 7500여 관객을 만난 제이홉은 오는 13일 브루클린을 시작으로 북미 6개 도시에서 12회 공연을, 4월 12일 마닐라를 시작으로 아시아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