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YB 타이틀곡 '오키드'를 듣기 위해 충분한 시간, 6분 59초[EN:박싱]

YB 타이틀곡 '오키드'를 듣기 위해 충분한 시간, 6분 59초[EN:박싱]

핵심요약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YB 첫 메탈 앨범 '오디세이' 제작기 ② 타이틀곡과 수록곡 편

1996년 결성해 올해 30년 차를 맞은 YB. 디컴퍼니 제공1996년 결성해 올해 30년 차를 맞은 YB. 디컴퍼니 제공
3분 44초부터 6분 59초까지. 지난달 26일 발매된 밴드 YB의 첫 메탈 앨범 '오디세이'(ODYSSEY)에 실린 가장 짧은 곡과 긴 곡의 분량이다. 거의 7분짜리인 '오키드'(Orchid)는 타이틀곡이 됐다. 대중가요의 표준처럼 여겨졌던 3분의 벽마저 깨져 2분 초반대 노래까지 등장하는 요즘 시대에, 특히나 더 과감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긴 길이를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곡이 지닌 이야기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 길이가 꼭 필요"했다. '듣는' 음악으로서도 "충분한 시간"은 필연적이었다. 섬세함, 폭발력, 해방감을 모두 표현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는 YB의 첫 메탈 앨범 '오디세이'에 한 걸음 더 들어가보았다. 총 3편으로 이루어진 EN:박싱 두 번째 편에서는 타이틀곡을 포함해 수록곡 전반을 살펴본다. 지난 27일 서면으로 이루어진 인터뷰는 YB 소속사 디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한 김정일 총괄 프로듀서와 YB 리더 윤도현이 함께 답변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이번 앨범명은 '오디세이'고, 외부 억압과 내적 갈등의 고통에 시달리며 혼란에 빠진 주인공이 희망을 발견하고 결국 진정한 자유를 쟁취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었나요?

윤도현 : '오디세이'라는 제목은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신화를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겪는 외부 세계의 압박과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30년간 음악을 해오면서 우리가 경험한 여정이 마치 오디세우스처럼 때로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이건 비단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인생 여정과도 닮아있죠. 장르적으로는 메탈이 주는 강렬함이 이런 투쟁과 극복의 서사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YB 리더이자 보컬인 윤도현. 디컴퍼니 제공YB 리더이자 보컬인 윤도현. 디컴퍼니 제공
2. '오디세이'에는 첫 곡 '보이어리스트'(Voyeurist)부터 타이틀곡 '오키드'(Orchid), 이후 '스톰본'(StormBorn) '엔드 앤드 엔드'(End And End) '리벨리언'(Rebellion)(feat.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데이드림'(Daydream)까지 총 6곡이 실렸습니다. 앨범 소개 글에 각 곡의 스토리라인도 짧게 설명돼 있더라고요. 곡 순서는 하나의 큰 이야기 흐름에 맞춰 구성한 것인가요?

윤도현 : 네, 정확히 그렇습니다. 이 앨범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처럼 구성했어요. '보이어리스트'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오키드'에서는 억압적 세계와 본격적으로 대면합니다. '스톰본'은 내면의 저항이 시작되는 지점이고, '엔드 앤드 엔드'는 끝없이 이어지는 투쟁을 표현했죠.

'리벨리언'에서는 본격적인 반란을 일으키고, 마지막 '데이드림'에서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됩니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해서 들으면 하나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곡 순서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이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고 이야기의 아크가 잘 드러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YB 드러머 김진원. 디컴퍼니 제공YB 드러머 김진원. 디컴퍼니 제공
3. 타이틀곡은 2번 트랙 '오키드'입니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곡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6분 59초라는 긴 곡의 존재감이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곡 길이에 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이렇게 '길어야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윤도현 : '오키드'의 길이는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곡을 쓰고 편곡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습니다. 사실 지금 대중음악 트렌드가 짧은 곡을 선호하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곡이 담고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이 길이가 꼭 필요했습니다. '오키드'는 주인공이 억압적 시스템과 처음 대면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이런 여정을 3분 안에 담기는 불가능했죠.

또한 음악적으로도 도입부의 섬세함부터 중반의 폭발력, 그리고 후반부의 해방감까지 표현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타이틀곡으로서 부담은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음악적 진정성을 택했어요. 다행히 회사에서도 이 결정을 존중해줬고, 오히려 이 길이가 YB의 새로운 도전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4. 김진원, 윤도현, 박태희씨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애착 가는 곡으로 타이틀곡 '오키드'를 꼽았습니다. 타이틀곡은 멤버들과 회사가 함께 상의해서 고르나요? 최종적으로 타이틀곡이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윤도현 : 타이틀곡 선정은 항상 멤버들과 회사가 함께 상의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번에는 꽤 빠르게 '오키드'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이 곡이 가장 앨범의 콘셉트를 잘 대변하고 있거든요. 앨범 전체가 억압과 저항, 그리고 자유를 향한 여정이라면, '오키드'는 그 시작점에서 주인공이 겪는 혼란과 도전, 그리고 첫 깨달음의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도 YB의 전통적인 사운드와 새롭게 시도한 메탈적 요소가 가장 균형 있게 어우러진 곡이에요. 특히 곡의 다이내믹한 흐름과 섹션 간의 대비가 드라마틱해서, 듣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멤버 모두가 연주하면서 가장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낀 곡이기도 해요. 그런 에너지가 청자에게도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YB 베이시스트 박태희. 디컴퍼니 제공YB 베이시스트 박태희. 디컴퍼니 제공

5. 이번 6곡이 '오디세이'에 실려야 했던 이유와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윤도현 : 각 곡은 앨범의 내러티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보이어리스트'는 빠른 템포와 날카로운 리프로 주인공의 불안과 각성을 표현했습니다. 리스닝 포인트는 중반부 브레이크다운 섹션이에요. '스톰본'은 가장 무거운 곡으로, 내면의 저항이 시작되는 지점인데, 특히 베이스와 드럼의 폴리리듬에 주목해 주세요. '엔드 앤드 엔드'는 넷플릭스 예능 최강럭비의 주제곡으로 쓰였던 곡인데요, 럭비 경기를 통해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곡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오가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특징입니다.

'리벨리언'은 본격적인 반란의 순간을 묘사하는데, 속도감 있는 드럼 패턴과 공격적인 보컬을 감상해 보세요. 마지막 '데이드림'은 자유를 찾은 후의 해방감을 표현한 곡으로, 무거움 속에서도 희망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속해서 들어보시길 추천드려요. 각 곡의 연결성과 스토리의 흐름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YB 기타리스트 허준. 디컴퍼니 제공YB 기타리스트 허준. 디컴퍼니 제공
6. 수록곡 가사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거나 추천하고 싶은 구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윤도현  : '엔드 앤드 엔드'의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라는 가사가 특별히 마음에 와닿아요. 이 구절은 단순히 투쟁의 과정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우리 밴드의 30년 여정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음악 산업에서 30년을 버티는 것은 끊임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었거든요.

또 '오키드'에서 'Can I make you stronger more than death itself?'(죽음 자체보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구절도 인상적입니다. 이 가사는 사실 코로나 팬데믹을 떠올렸었는데 당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데이드림'의 '나 날아가 만날 거야 꿈꾸는 나'와 '별들이 비춰주는 그 길을 따라 날아 저 드넓은 초원 위에 난 자유로운 새'라는 구절들은 앨범 전체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해방을 향한 여정이 결국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거든요.

가사를 쓸 때는 항상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과 연결되길 바랍니다. 이번 앨범의 가사도 그런 측면에서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3

0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