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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YB의 새 길은 '메탈'…"원하는 지점에 가까이"[현장EN:]

'30주년' YB의 새 길은 '메탈'…"원하는 지점에 가까이"[현장EN:]

핵심요약

약 2년 준비한 미니앨범 '오디세이' 26일 발매 예정
앨범 화자를 두고 서사 그리는 방식, 총 6곡 실려
코로나 시기 암 투병 중 날마다 메탈 음악 들었던 윤도현
멤버들에게도 도전…습관화된 연습으로 헤쳐와
메탈 장르 먼저 해 온 신진 밴드와 협업

밴드 YB가 1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30주년 기념 앨범 '오디세이' 음감회를 열었다. 박종민 기자밴드 YB가 1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30주년 기념 앨범 '오디세이' 음감회를 열었다. 박종민 기자
"와이비(YB) 안에서 음악적인 긴 여정이 있었지만 (새 앨범) 재킷 디자인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텅 빈 도화지에서 YB가 뉴 메탈, 하이브리드 메탈로 새로운 출항을 하는, 하나의 배가 이제 출발하는 느낌이에요. 롤링홀 공연이 첫 출항을 알리고요. 이 작업을 YB 안에서 해볼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메탈이라는 음악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든 것 같아서 굉장히 선물 같은 느낌? 이 앨범이 정말 그래요." (베이시스트 박태희)

1996년 결성돼 올해 30년 차가 된 밴드 YB가 '메탈'이라는 장르에 도전한다. 그에 앞서 YB  그들의 초창기를 함께한 뜻깊은 공연장인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17일 오후 음감회(음악 감상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임진모 음악평론가가 진행한 음감회에서는 새 미니앨범 '오디세이'(ODYSSEY) 전 곡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시작으로 꾸며졌다.

기타·키보드·하모니카 연주도 하는 보컬 윤도현과 베이스 박태희, 드럼 김진원, 기타리스트 겸 음악 감독인 허준으로 이루어진 YB는 '사랑 2'(1994) '너를 보내고'(1999) '박하사탕'(2001) '잊을게'(2003) '사랑했나봐'(2005) '나는 나비'(2006) '흰수염고래'(2011) 등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국내 대표 밴드다. 그러던 YB가 안 하던 음악인 '메탈'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컬 윤도현이 출발점이 됐다. 데스메탈을 듣다가 메탈이라는 장르에 흥미를 잃어 중단했던 윤도현은 다채로운 하위 장르가 생긴 것을 알게 된 후 다시 메탈을 접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암 투병 중에 특히 메탈을 열심히 들었다. 그는 "너무 힘이 됐다. 메탈 들을 때는 무아지경에 빠진다. 어려운 연주에 집중하게 되고"라며 "(의사가) 술 담배 하지 말라고 했지 메탈을 끊어라 이런 얘기는 안 했다"라고 말했다.

좋아하고, 하고 싶었지만 메탈은 안 해 본 장르였고 청자도 마니아 위주로 형성돼 있었다. 솔로 프로젝트로 해야 하나 고민하던 윤도현이 멤버들과 상의한 끝에, YB의 '메탈'이 시작됐다. 보컬 윤도현의 그로울링·스크리밍 창법, 허준의 테크니컬한 기타 연주, 박태희의 묵직한 베이스, 김진원의 정교한 더블 베이스 드러밍 등 변화가 곳곳에 담겼다.

오는 26일 저녁 6시 발매되는 YB의 '오디세이' 앨범 표지. 디컴퍼니 제공오는 26일 저녁 6시 발매되는 YB의 '오디세이' 앨범 표지. 디컴퍼니 제공
타이틀곡 '오키드'(Orchid)와 선공개한 또 다른 타이틀곡 '리벨리언'(Rebellion)(feat.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을 비롯해 '보이어리스트'(Voyeurist) '스톰본'(StormBorn) '엔드 앤드 엔드'(End And End) ' '데이드림'(Daydream)까지 총 6곡이 수록됐다. 외부 억압과 내적 갈등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주인공이 자아를 잃고 혼란에 빠졌다가, 절망 끝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자유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는 서사를 녹였다.

6분 59초짜리 '오키드'는 3분이 채 안 되는 노래가 쏟아지는 요즘 특히 보기 드문 긴 곡이다. 죽음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현실 도피적인 모습을 그렸다. 타이틀곡을 정할 때 개입하지 않고 회사에 맡긴다는 YB 멤버들이 좋다고 첫손에 꼽은 곡도 '오키드'다. 김진원은 "연습하면서 제가 필(feel)이 가장 많이 왔던 곡"이라고, 박태희는 "YB 곡 중 제일 긴 곡이기도 하고, 곡이 가진 서사가 연주할 때 정말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라고 소개했다.
 
오랜 경력을 지닌 베테랑 밴드이지만, 고도의 연주 실력과 이를 바탕으로 한 조화가 중요한 '메탈'은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갑자기 짠, 하고 능숙해지거나 잘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만나 연습한다.

트윈 페달을 쓰느라 "발이 많이 바빴다"라는 김진원은 "회사 사람이 갑자기 책 이만~큼 갖다놓고 '야근해!' 하고 간 것 같았다. 딱 다음 날부터 이불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이라며 "그냥 하나씩 분해하기 시작한 거다. 그게 2년이고, 루틴을 만들어가지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만족도를 묻자, "만족한다!"라는 시원한 답을 내놨다. 이어 "드럼 믹싱이 너무 잘됐다. 물 건너갔다 왔다, 믹스가"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윤도현은 "유럽 갔다가 미국 갔다가, 믹싱과 마스터링에 신경 썼다"라고 덧붙였다.

허준도 "제가 많이 안 해 본 음악이고, 사실은 메탈 음악을 많이 들어보지도 않았다. 워낙 다른 음악을 좋아해서 메탈 음악을 해 보고 싶다고 했을 때 좀 부담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제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저는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안 했던 연습도 많이 하게 돼서 다른 것들도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돌아봤다. 윤도현은 "저도 사실 플레이가 안 되면 어떡하나 했다"라며 "쭌이(허준)는 대기실에서 재즈를 쳐 주고, 무대에서는 메탈을 쳐 줘서 지루할 틈이 없다"라고 웃었다.

왼쪽부터 임진모 음악평론가, YB 멤버 허준, 윤도현, 김진원, 박태희. 박종민 기자왼쪽부터 임진모 음악평론가, YB 멤버 허준, 윤도현, 김진원, 박태희. 박종민 기자
윤도현은 "녹음을 위해서, 라이브 해야 하니까 계속 연습만 하는 것 같다. 음악하면서 처음 스포츠 선수 마인드가 저도 모르게 생긴 것 같다. 반복 연습을 매일 하지 않으면 연주가 안 되다 보니까 (이런 것도) 나쁘지 않구나 했다"라고 말했다. 박태희는 "(본인의) 베이스가 잘 들렸다면 드럼과 기타가 잘 잡아줘서다. 솔직히 저 메탈 너무 부담스러웠다. 음역 유지하면서 공간 확보하는 게"라면서도 동료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레이니썬의 베이시스트 출신 최태섭이 프로듀서를 맡았고, 많은 메탈 뮤지션의 도움을 받았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다수의 유럽 메탈 밴드와 작업하거나, 그래미 어워드에서 3회 수상한 실력자들이 담당했다. "이 앨범은 프로듀서 최태섭씨가 없었으면 이렇게 안 나왔을 것"이라고 운을 뗀 윤도현은 "알려져 있진 않지만 우리나라의 메탈 기타리스트, 메탈 편곡을 잘하는 굉장히 젊은 친구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그분들하고 해서 이렇게 앨범이 나왔지 저희끼리 혼자 했다면 못 나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저희가 원하는 지점에 굉장히 가까이 간 앨범"이 탄생했다.

김진원은 윤도현의 보컬을 "하이브리드 보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다재다능하고 음악의 레인지(범위)가 정말 한없이 넓은 보컬이고, 다른 재능도 너무 많다. 윤도현씨가 저희(YB) 보컬이라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더 넉넉하게 곡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이유에 관해, 김진원은 "좀 아쉬우라고 일부러 6곡만 했다. 그래야 다음을 기대하지. 헤비메탈 12곡 했으면 중간쯤 듣다가 안 듣는 분도 많을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저희 마음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라고 전제하면서도, 윤도현은 "어쨌든 저희는 새로운 길을 찾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메탈이 저희에게 잘 맞는 장르 같다"라고 바라봤다.

"저희 스스로에 대한 어떤 확신보다는 '우리가 가진 한계치가 어디인가' 좀 테스트해 보는 느낌도 있어서 6곡만으로도 저희는 지금 충분하다"라고 한 YB의 첫 메탈 앨범 '오디세이'는 오는 26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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