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시록'은 왜곡된 신념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신현빈), 그리고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전과자 권양래(신민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넷플릭스 제공연기만 하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어찌나 미웠던지 손에 쥔 총의 방아쇠를 당길 뻔할 정도였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강력반 형사 이연희 역을 맡은 배우 신현빈은 신민재와의 호흡을 떠올리며 웃었다.
"평소에는 순둥하고 귀여워요. 와 되게 착하시다고 생각했는데 권양래 연기만 하면 미운 거예요."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가만히 있어도 미웠다"며 "감독님께 저 잘못하면 총 쏠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우 류준열, 신민재, 신현빈. 넷플릭스 제공물론 촬영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신현빈은 "류준열 배우도 신민재 배우도 같은 또래다 보니 편했다"며 "현장에서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며 표현도 많이 해주더라. 왜 이렇게까지 칭찬하냐고 말할 정도로 서로 좋은 시너지가 나왔다"고 밝혔다.
5분 30초 분량의 롱테이크 신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왔다. 신현빈은 "당초 롱테이크로 찍을 신은 아니었으나, 촬영하다 보니까 연상호 감독님이 제안을 해줬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찾아 대사들을 수정한 뒤, 촬영 전날 리허설을 해보니 되겠더라"고 떠올렸다.
"그때부터 다들 직업병처럼 '어 이거 해야겠는데', '할 수 있겠는데' 하면서 불타올랐어요. 틀리면 '또 해', '또 해' 이러면서 했죠."
그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움직이면서 촬영해야 해서 합이 정확해야 했다. 다들 춤추듯이 같이 움직였다"며 "길게 한 번에 촬영하는 만큼 힘든 점도 있었지만, 몰입도가 있더라. 그 장면을 찍었을 때 뭔가 해냈다는 느낌, 동지애가 들더라"고 강조했다.
"아영이 찾으러 며칠을 돌아다녀…가속하라고 해서 웃음도"
배우 신현빈은 자신이 연기한 이연희에 대해 "성장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연희는 권양래와 처음 맞닥뜨린 후 내적 갈등을 겪으며 자신의 믿음을 한 번 바꿨다. 이후 정신과 교수 이낙성(김도영)를 만나면서 부족한 면을 깨닫고, 권양래를 알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신현빈이 맡은 이연희는 동생 이연주(한지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인물의 심리를 외적으로 표현하고자 그는 처음으로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는 "극 중 이연희는 약을 먹으며 일상을 꾸역꾸역 이어가는 사람인데 내 모습이 생각보다 건강해 보이더라"며 "자신을 꾸밀 여력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피폐한 모습들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음식을 줄여보고, 메이크업도 받지 않았다. 신현빈은 "거친 질감을 나타내기 위해 다크서클과 주근깨 분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신현빈. 넷플릭스 제공그러면서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고 했다. 그는 "메이크업하지 않으니 감정이 올라올 때 얼굴색이 달라지는 게 더 빨리 보이더라"며 "악몽 꾸는 장면에서도 얼굴이 얼룩덜룩해지고, 폐호텔에서 절망에 빠져 울고 있을 때도 얼굴색이 달라졌다.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새롭게 알았다"고 강조했다.
극 중 이연주의 환영은 실제 한지현이 특수 분장을 통해 소화했다. 신현빈은 "분장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 고됐을 텐데도 워낙 밝고 씩씩하더라"며 "그렇게 무섭게 하고 현장에 나타나니 연주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매의 관계를 연기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줬다.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학생 신아영(김보민)을 찾아가는 여정은 실제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신현빈은 "짧은 장면인 것처럼 보이지만, 파주부터, 양양, 청주, 창원 등에서 촬영했다"며 "아영이를 찾기 위해 며칠을 돌아다니면서 찍었다"고 떠올렸다.
이연희가 차량을 몰고 공사장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에 대해선 "가속을 확 해서 50~60cm 정도 텀을 두고 급정거를 해야 했다"며 "진짜 닿을 때까지 하라고 하니까 무섭기도 하고 황당해서 웃음이 나더라"고 전했다.
'미대 출신' 신현빈이 본 외눈박이…"잘 그려서 짜증나요"
극 중 권양래가 그린 '외눈박이'. 넷플릭스 제공신현빈은 사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미술원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했다. 아버지도 디자인했던 터라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극 중 권양래의 외눈박이 그림을 보고 "잘 그렸다"고 평가했다.
"그림을 너무 잘 그렸다고 생각했어요. 권양래가 재능이 좀 있었던 거 같아요.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짜증 날 정도로 그림을 잘 그렸지 이런 생각을 했다니까요."이어 "그림이 주는 힘도 있었던 거 같다. 이 그림이 어떻게 보면 무섭고 어떻게 보면 약간 귀엽다"며 "저희 단체복에도 들어가 있다"고 웃었다.
신현빈은 이번 '계시록'뿐만 아니라 올해 개봉 예정인 단편영화 '얼굴', 내년에 개봉될 영화 '군체'에도 출연하며 연상호 감독과 연이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신현빈은 최근 주변에서 '계시록' 반응을 보내줘 봤다고 한다. 그는 "같은 장면을 두고 해석이 다양해 흥미로웠다"며 "한 사람이 '미친 거 아니야'를 세 번 반복하는 무한도전 '짤'을 받은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그는 "한 번 작업한 배우와 다시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해 주시는 게 감사하다. 저를 좀 믿어주시는 것 같다"며 "각각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세 작품이었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감독님도 그렇고 겹치는 스태프들도 있다 보니 편안함과 익숙함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계시록'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신현빈은 "신기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준열 배우와도 얘기했어요.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들이 많이 바뀌었고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니 신기하더라고요. 지나간 작품들도 릴스나 쇼츠 등으로 다시 얘기가 되고 재해석되기도 하잖아요. 한국에서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