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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대화창구라도 열어달라"…김동연이 출마 직후 출국한 이유

관세 전쟁에 도산 위기 몰린 기업들
"美 기업들은 만나주지도 않아 답답"
관세 보조 직접 지원+협상 채널 마련
대선 출마→미국행…"국가경제 최우선"
현지 기업들+미시간주 '공동대응' 추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9일 오후 한국 자동자 부품기업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미시간주 현지시각 9일 오후 한국 자동자 부품기업 광진아메리카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관세 폭탄에 부도가 날 지경인데,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만나주지 않고 우리 정부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죠. 대화하고 협상할 수 있는 창구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건데…"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눈앞에 뒀던 지난달 31일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수출기업 현장간담회에서 한 자동차 부품업체 임원이 한 말이다.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미국 빅3 완성차 기업인 GM, 포드, 스탤란티스 등과 거래를 해오고 있는데, 25% 관세를 맞게 되면 100억 원대 관세를 부담해야해 도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는 것.

이를 극복하려면 국가든 경기도든 일부 관세를 보조해주는 것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현지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관세 분담 등을 협상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해당 업체의 경우 포드·스탤란티스와 관세를 전액 자부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상태여서 협상 대응이 절실하지만, 상대 기업 측의 소극적 태도로 만남이 번번이 무산돼 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주재한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처럼 '관세 협상'을 위한 창구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참석한 업체들 대부분이 수백억 원대 관세 직격탄을 맞게 될 처지다.

또 다른 업체의 임원은 "도대체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이라도 할 수 있게, 경기도 차원에서라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회의에 참석한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도 "도지사가 제안한 경제전권대사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관세를 먼저 질러놓고 맞상대(카운트 파트너)와 거래(딜)를 하려는데 우리나라엔 파트너가 없는 상태다"라며 "누군가는 정부의 역할을 주도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 모습. 경기도 제공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 모습. 경기도 제공
이처럼 세계적인 관세 전쟁 속에서 경기도내 핵심 산업계도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경제 고위관료를 지낸 김 지사에겐 최대 현안일 수밖에 없었다. 야권의 유일한 경제통 출신 대권주자로서도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김 지사는 곧장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측을 접촉했다. 그간 휘트머 주지사와는 서로 상대국을 오가며 외교망을 구축하고 혁신 동맹을 맺어온 '절친'이었다.

또한 미국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미시간주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중심 관세 방침으로 인해 지역 내 기업들의 '관세 쇼크'에 고심하던 터였다.

휘트머 주지사는 지난달 얼음 강풍(아이스스톰)의 자연재난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에서도, 김 지사의 긴급회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김 지사는 이달 9일 대통령선거 출마선언과 동시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경제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곧장 경제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2박 4일 일정으로 미국 출장에 나선 것이다.

본격적인 선거 채비를 해야할 시기에 나흘을 국가경제 위기 대응을 위해 할애한 셈이다. 지지세를 불리는 기성 선거 관행 대신, 경제 살리기에 자신의 정책·외교 실력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쏟아붓겠다는 '결단'으로 풀이된다.

9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했다. 박창주 기자9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을 했다. 박창주 기자
김 지사는 13시간 비행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샌드위치로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 기업인 광진아메리카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어 애로사항을 살폈다.

광진아메리카는 GM의 우수 부품공급업체로 22차례나 선정된 탄탄한 회사였지만, 관세 위기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김 지사 앞에서 "관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임직원들은 "미국 연방정부가 아니어도 주정부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미시간주 차원에서 세금감면이나 투자지원 같은 생산적 대안이 가능하다"고 김 지사와 미시간 주지사의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지사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대해 "미국 경제와 국제경제에 대한 자해행위"라고 규정하며 "공급망 체제가 흐트러지게 되면 자칫 한국산업의 공동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실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왔다"며 "자동차 문제에 경기도와 미시간주가 협력할 일이 많은데 제가 있는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내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까지 보듬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김 지사는 현지시간으로 11일 휘트머 주지사와 직접 만나, 관세 공동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업무협약 등도 체결할 예정이다. 회담에 앞서 현지에 진출한 자동차 부품기업 7개사와의 '관세 민관 공동대응 라운드 테이블'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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