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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완벽할 수 없는 완벽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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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완벽할 수 없는 완벽한 날들

    • 2026-03-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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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의의 가장자리톡]

    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목사님, 접니다. 오후에 별일 없으셨지요?"  
    "지금(잠시 머뭇거린다) 응급실 가고 있어요."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과 답답함이 느껴진다.

    "아니 이 시간에…… 어디 다치신 건가요?"
    "동네병원에 갔더니,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지금 가고 있어요. 폐에 뭐가 보인다는데…… 가 보면 알겠지요."

    그날 밤은 개울물처럼 얕았다. 그에 대한 직관적인 인상이 물살 위로 솟아오르는 송사리처럼 불안하고 뒤숭숭했다. 낮에 설교하는 모습은 일상적이었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이튿날 이른 아침 A대학병원으로 갔다. 그는 607호에 입원해 있다.

    "새벽까지 응급실에 있다가 조금 전 올라왔어요. "
    "응급실에서 밤샘해 본 사람만이 그 심정 알아요. 고생하셨네요. 의사는 뭐랍니까?"
    "폐렴이라고하는데, 담당 교수가 회진와서 알려준다네요. "

    얼굴이 유난히 창백하다. 기도를 해달라고 한다. 손을 잡는다. 야윈 손이 찹다.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 붙잡아 달라고 했다. 당신이 흙으로 빚은 육신에 생기를 불어넣어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했다. 그때 손등으로 눈물이 툭 떨어진다. 돌아 나오다 뒤돌아보니 그가 침대에 기대 눈을 감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일주일 후 똑같은 시간에 전화를 건다.

    "식사는 잘하시지요? 잠은 잘 주무시고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오후 들어 갑자기 숨쉬기가 힘드네요. 간호사가 산소호흡기를 코에 넣어주고 갔어요."
    "아! 호흡이 힘드세요?"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그가 한두 번 기침을 한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문을 연다.

    "늘 기도해 줘서 고마워요."

    "치료받으면 금방 회복되니까 걱정 마세요. 모두가 기도하고 있으니까. ……그분은 들으시는 분이니까…… "

    그날 밤은 홍수처럼 마음이 소용돌이쳤다. 왜 이러는 거냐는 질문에 전지전능한 당신은 침묵했다.

    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
    이튿날 아침 밤새 굽이치던 황토물에서 벗어나 그에게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새벽에 중환자실로 옮겼다고 했다. 입원한 지 8일째 되는 날, 월요일이다. 시간이 흘러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 변모없는 화, 수, 목요일이 지나갔다. 금요일은 입원한 지 13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숨을 거두었다는 연락이 왔다.

    작은 읍내에서 39년 목사로 살아온 그는 야생동물처럼 직관적이며 자유롭고 때로는 거칠다. 그 속에 들풀처럼 자라는 흥취가 있어 웃을 때면 얼굴이 어린아이 같다. 교인 늘리는 일, 교단 정치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직 당신을 전하는 일과 당신의 언어에 감추어진 신비를 들여다보는 일로 행복해 했다. 교인이래야 40여 명이 전부다.

    사흘 전 고향에서 동생이 왔다. 고향의 냄새가 묻어온 것 같아서 가라앉았던 기분이 살아났다. 그때 불쑥 옆집에 사는 '거북 엄마' 생각이 났다.

    "거북 엄마는 아직 살아계시냐?"
    "아직 쌩쌩해요. 밭일도 하고……"

    아직 살아 있다는 말에 놀라기도 했지만, 죽은 어머니 생각이 났다.
    "맨날 속병으로 고생했잖아. 엄마보다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엄마는 예순세 살에 암에 걸려 죽고, 거북 엄마는 아직도 살아있네. 엄마보다 삼십육 년을 더 살고 있구나. "

    엄마가 죽었을 때 나는 하나님을 향해 분노했다. 왜 당신을 믿는 엄마는 서둘러 불러가고 당신을 우습게 아는 사람은 가만두는 거냐고. 운명론적으로 누군가 한 사람이 죽어야 한다면, 당신을 믿지 않는 거북 엄마여야 하지 않느냐고 통곡했다.

    당신은 지금처럼 그때도 침묵했다.

    "누가 더 행운아일까?"

    동생이 눈을 동그스름하게 뜬다.

    황망하게 흙으로 돌아간 이가 복 있는 사람인지, 흙으로 빚어진 몸으로 아직 숨 쉬는 이가 복 있는 사람인지…… 죽은 자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므로 완벽한 수수께끼다. 나는 수수께끼를 마음에 담아 두는 길을 선택한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

    '메리 올리버'가 만물의 현상을 관찰하는 시선은 의미심장하고 진실에 가깝다.

    "모든 비참하고 아름다운 날들을 만들고 부수는 하나님에 대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모두가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지혜는 차원이 다르다. 그렇다면 그는 복 있는 사람이다. 완벽할 수 없는 완벽한 날들처럼.

    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조중의 포항대학교 초빙교수·전직 언론인 제공
    일요일에 찾아오는 이른 봄밤은 여전히 낯설다. 여기저기 검은 가지들이 꽃을 피운다. 진달래꽃, 복숭아꽃, 개나리꽃, 살구꽃, 벚꽃…… 몸이 으슬으슬 움츠러든다.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까마귀처럼 적적하다.

    습관처럼 전화를 건다. 화들짝 휴대전화를 무릎 옆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본다.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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