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강제노역 피해자와 일본 기업간의 피해보상 협상이 해방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쯤 시작됩니다.
강제합병 100주년을 맞은 한.일 과거사 문제에도 중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이재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제 강점기 10대 초반 나이에 일본 나고야로 끌려가 군용 항공기 공장에 강제 동원됐던 근로정신대 할머니는 대략 300여 명.
이제는 80대 고령이 된 이들 할머니들에게 일본 굴지의 대기업이자 당시 강제노역을 시킨 미쓰비시 중공업이 피해보상 협상에 응하겠다는 정식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측은 14일 본사 총무부장 명의로 된 공문을 받았다며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의 장 마련에 동의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구체적 보상 범위나 사죄 수준을 놓고 본격 협상이 시작될 전망입니다.
이 회사는 이미 내부 논의를 거쳐 강제노역에 대한 사죄와 피해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근로정신대 할머니 일부에게 우리돈 약 1200원 수준인 99엔을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가 공분을 산 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할머니들이 지난달 직접 일본 도쿄에 있는 본사에 찾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기업이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국 피해자들과 협상에 나서기로 한 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어서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입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차량과 선박 발전기 등을 만드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태평양 전쟁 시절 많은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시켜 ''상징적인 전범 기업''이란 평가도 받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