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시대정신' 같았지만 디테일에서 갈렸다[유세 대해부]
선거가 코앞이다.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전선거가 4일부터 양일 간 시작됐다. CBS노컷뉴스는 유권자의 선택을 돕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역 유세 발언(2월 15~28일) 10만 단어를 전수 분석했다. 말에는 후보자의 철학과 가치관, 비전, 전략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유세 연설을 정책 분야별로 텍스트 빅데이터 회사 '스피치로그'와 함께 분석한 결과, 많이 언급한 상위 5개 분야가 대체로 같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후보 모두 △탄소중립(환경일반) △에너지 전환(에너지) △국가안보(안보와 남북관계) △부동산(주택개발) △복지(취약계층복지와 사회복지 일반) 관련 분야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후보자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정책 키워드는 현 시대의 진단이자 대책이며 비전, 즉 '시대정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탄소중립이 필요하고, 국가안보가 중요시 되는 시대. 국내적으로 요동쳤던 부동산 경기와 복지 확대 문제 등을 두 후보 모두 시대정신으로 꼽았다고 볼 수 있다.
디테일에서 갈렸다상위 정책 분야들은 비슷했지만, 각 정책 분야 속 키워드의 다양성과 언급량은 두 후보 사이 큰 차이를 보였다. 디테일에서 두 후보가 갈린 셈이다. 이 후보는 33개 정책 분야에서 정책 관련 키워드를 379회 언급했다. 윤 후보는 35개 분야에서 정책 키워드 290회를 말해 이 후보보다 적었다.
스피치로그 주재선 대표는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정책 키워드 언급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고르게 있었고, 윤 후보는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정책을 언급한 경향이 강하다"며 "이 후보는 여당 후보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을, 윤 후보는 현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정책 분야는 탄소 중립(환경일반) 분야다. 재생에너지(29회), RE100(10회), 새만금(7회), 태양광(4회), 기후위기(3회), 친환경(1회), 해상풍력(1회), 그린수소(1회), 탄소세(1회) 등 9개 키워드를 언급했다.
이 후보가 그동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재생 에너지 전환 등 탄소 중립 정책을 강조해온 결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 후보로 당선된 뒤 선대위 출범식에서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투자에 나서겠다"며 "이재명 정부는 탈(脫)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윤 후보는 탄소 중립(환경일반) 분야를 4번째로 많이 언급했는데, 관련 분야 키워드 수는 6개로 이 후보에 비해 적었다. 태양광(10회), 새만금(8회), 탄소중립(2회), 탄소세(1회), 재생에너지(1회), 친환경(1회)을 말했다.
윤 후보는 에너지 전환(에너지 자원 일반) 분야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원전 정책을 집중적으로 언급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중단을 강하게 주장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원전(37회)·탈원전(21회)·원전 생태계(3회)·원전시장(3회)·원전수출시장(2회)·원전 기술(2회)·원자력 발전소(1회)·월성원전(1회)·원전산업(1회)·원전산업생태계(1회) 순으로 언급했다.
이재명은 '국가안보', 윤석열은 '북한'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의외에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는 국가 안보를 정책 분야 중 두 번째로 많이 언급한 반면, 윤 후보는 6번째였다. 보수 후보가 안보 관련 발언이 많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결과다.
이 후보의 경우 국가 안보 분야에서 국방(28회)·방위산업(9회)·한미동맹(4회)·국가안보(3회)·방산(1회) 순으로 언급했다. 윤 후보는 국가안보(8회)·국방(3회)·한미동맹(1회) 순이었다. 한미동맹을 언급한 횟수도 이 후보가 더 많았다.
대신 남북 관계 관련 정책 분야 발언은 이 후보가 총 41회, 윤 후보가 54회로 윤 후보가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남북관계(12회)와 남북협력(1회)을 집중해서 말했고, 윤 후보는 북한(52회) 다음으로 비핵화(1회)를 언급했다.
기본소득 8번이나 외친 尹…왜?국내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부동산 폭등 문제의 경우 두 후보 모두 많이 언급됐다. 부동산 관련 키워드를 이 후보는 38회, 윤 후보는 30회 각각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전세(28)·월세(5)·무주택(2)·다주택자(2)·종부세(1) 순으로, 윤 후보는 전세(18)·종부세(6)·월세(3)·임대주택(3) 등을 언급했다.
두 후보 모두 전.월세 폭등, 부동산세 개편 등 문제 인식이 유사했다는 대목이다.
복지 분야에 있어서는 특이하게도 윤 후보가 이 후보의 정책인 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을 많이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정책을 공격하면서 그만큼 많이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지난 22일 충남 당진 유세에서 "세금을 어마무시하게 걷어 가지고 그 세금을 또 기본소득 등으로 나눠주면서, 또 강성노조도 계속 지원해주고 있다"며 "여러분 살림살이 나아지고 경제가 나아지겠습니까"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유세 중 자신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기본소득을 12번밖에 언급하지 않았다. 재난지원금은 9번 언급했다. 보건 복지 분야의 언급량 자체는 윤 후보보다 많았지만, 자신의 언급 순위에서는 7위에 머무는 결과가 나왔다. 이 후보는 취약계층 복지 분야 단어를 5번째로 많이 말했다.
이번 분석 대상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다. 이 후보는 이 기간동안 총 38번의 유세에서 약 6만 6천개의 단어를, 윤 후보는 46번의 유세 동안 4만 5천여 개의 단어를 말했고, 스피치로그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