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KDB금융그룹 지주 회장은 24일 "산업은행을 향후 정책금융을 선도하는 맏형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책금융 선도기관'을 KDB 그룹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개발시대에는 한정된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정책금융의 주된 역할이었지만 지금은 위기극복, 시장 안정판 마련, 해외진출 및 자원개발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특히 "과거 대출, 보증 중심에서 지금은 복합금융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KDB는 정책금융 패러다임을 선도해 왔고 앞으로도 정책금융 선도기관으로 역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이 이날 언급한 '정책금융 맏형론'은 최근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의 통합 논란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그 동안 정책금융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중복돼 있어 효율이 떨어지고 리스크 관리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정책금융 체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4년 만에 재통합해 대내정책 금융을 담당하고, 수출입은행이 대외정책 금융 기능을 맡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향후 수출입은행과의 '맏형'역할을 둘러싼 마찰 우려에 대해서는 "국내금융은 산은, 해외금융과 관련해서는 수은으로 통합된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며 "산은이 수행하고 있는 해외금융은 대부분 민간 영역에 속해 크게 마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부가 가동 중인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는 다음달 말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KDB그룹은 산은법 및 관련 법류 정비 등 후속작업을 하고, 당장 올 하반기에 비전 및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STX 조선해양과 관련해 홍 회장은 "실사 결과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큰 것으로 나와 채권단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내주 중 회사 및 지배주주와 경영정상화 계획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정상화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TX 조선해양의 저가 수주 의혹에 대해서는 "실사 결과 경기가 나빠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타 경쟁사보다 낮은 원가 이하로 수주한 것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감자에 따른 강덕수 현 회장의 거취 여부와 관련해선 "STX를 설립하셨고 여러 비즈니스를 해오셨기 때문에 전문적 지식이 있으실 것"이라며 "채권단에서 명확한 역할을 결정하겠지만, 그 지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인수 포기를 결정했던 STX 팬오션과 관련한 해명도 잊지 않았다.
그는 "회계법인 실사결과 혹시나 했던 기대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며 "과도한 금융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등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현 상태에서 인수를 해도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DB 다이렉트 등 소매금융을 유지할 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정책금융을 강화하더라도 적정 금융의 예수금 비중은 필요하다"며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KDB그룹은 자회사 매각 여부는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개편안이 확정된 후 정책금융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느냐를 정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고, IPO(기업공개)에 대해서도 "민영화 문제와 함께 잠정 중단된 상태"라며 개편안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우증권 매각 여부와 관련해 "재편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책금융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추후 산은법 재편에 따라 필요한 투자금융기관 역할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