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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우익의 야욕, 은밀하게 위험하게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일본의 욱일기 문제로 시끄럽다. 일본 아베 내각이 ‘군국주의 상징물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무 문제없다는 정부 공식입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도 굳이 부인하거나 해명이 없이 버티고 있다. 마치 욱일기를 인정하라고 주변 국가들에게 대놓고 요구하는 모습이다.

    ◈ 욱일승천은 무슨…전범기일 뿐

    일본 국기의 법률적 명칭은 일장기(日章旗·니쇼키)이다. 일장(日章)의 의미는 ‘나날이 밝아진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에 등장한다.

    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 君子之道 闇然而日章
    小人之道 的然而日亡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걸친 것은 그 화려함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 것과 같이, 군자의 도는 어두운 듯하나 날로 밝아오고 소인의 도는 확연한 듯하지만 날로 사그라진다.”

    일본의 국기(國旗)는 보통 히노마루(ひのまる/日の丸)라 부른다. ‘日の丸’(히노마루)는 태양의 근원을 의미한다. 일본은 자국을 ‘해가 뜨는 나라 혹은 태양이 나오는 곳’이라며 태양신 숭배에 매달려 왔다.

    태양의 붉은 원은 아주 오래전부터 신사의 깃발 등에 사용돼 왔다. 12세기 일본에서 내전이 발발했을 때 왕을 지키는 사무라이들이 붉은 부채에 금색 동그라미를 그려서 반군과 구별 지었는데 이런 연유에서 동그라미는 태양, 즉 천황이라 불리는 왕을 상징한다.

    1855년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던 에도(江戶) 막부가 미일(美日)화친조약을 체결하고 문호를 개방한 뒤 일본 선박을 외국 선박과 구별할 수 있는 표시가 필요해 흰 바탕에 태양을 한가운데 넣은 기를 선박에 단 것이 정부가 일장기를 사용한 시초이며 이후 히노마루는 상선규칙에 국기로 규정해 일본 선박의 국적 표시기로 사용했다.

    그 후 일본 해군이 태양에서 16개의 햇살이 퍼져 나가는 모양의 ‘욱일기(旭日旗)를 제작해 1889년 ‘해군기장조령’에 의해 일본 해군의 군함기로 채택했다. 이것이 변형돼 1870년 육군기로 정식 채용됐다. 그 후 욱일기를 응용하여 8줄기 햇살의 장군기(將軍旗)를 제정했고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면서 욱일기는 일본군의 상징이 되었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욱일기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일본 해상자위대가 1952년부터 욱일기를 군기(軍旗)로 제정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본 육상자위대도 장군기로 쓰던 8줄기 햇살의 욱일기를 군기로 사용한다.

    욱일승천기라는 이름은 출처가 불분명하다. 일본에서는 욱일승천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하늘로 뻗어 오른다’는 ‘승천’ 표현을 뒤에 붙여 쓰는데 이것은 마치 일본왕을 천황이라 부르듯 일본 욱일기를 높여 부르는 말처럼 들린다. 천황이란 표현이야 일본인들이 쓰고 남들이 인정 않는 것이지만 욱일승천은 왜 우리가 굳이 붙여주는 걸까? 아마도 욱일승천 - ‘아침 해가 떠오르듯 승승장구 솟아오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 무심결에 붙여 부르는 것 아닐까 싶다.

    일본 왕실 문장(紋章)은 국화이다. 일본 여권 표지 디자인도 국화, 일본 동전에도 ‘세일러문’의 요술봉에도 국화가 그려져 있다. 일본 왕실의 문장으로 쓰는 국화꽃 문양은 ‘기쿠카몬쇼(菊花紋章)’, 혹은 ‘십육변팔중표국문(十六弁八重表菊紋 - 꽃잎이 16개라는 뜻)’이라 한다. 가마쿠라 시대부터 왕실의 문장으로 쓰였다. 공식적으로 일본 왕실의 문장이 된 것은 1869년이다. 16개가 왕의 상징이니 왕이 아닌 다른 왕족은 겸손하게 아래로 눈 깔라고 해서 국화잎이 14개이다. 십사변일중이국문(十四弁一重裏菊紋)이라 부른다. 그래서 욱일기(旭日旗)도 16개의 햇살이 아니고 16개의 국화 꽃잎이 아니냐는 주장도 등장한다.

    실제로 일본에는 가문의 상징에 국화꽃 문양을 많이 쓰는데 욱일기와 비슷한 모양이 나온다. 일본 왕을 숭배하다보니 일본군함 등에 국화꽃 문양을 그려넣기도 했다. 그러나 이름에 태양이라는 욱일 이름이 들어 있고, 일본이 태양신 숭배사상을 갖고 있고, 일본 군함에 일장기를 붙이던 일본 해군에서 욱일기가 시작됐음을 고려하면 욱일기 16개 붉은 줄은 햇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뻗어나간 모양도 꽃잎은 아니다.

     

    ◈ 은밀하게 위험하게…일본의 침략미학

    중국은 거대한 자본과 느긋함을 앞세워 지배전략을 펴나가지만 일본은 침략적인 야욕을 탐미적인 화려함과 작위적인 소박함 속에 감춘다. 국화꽃 속에 칼을 숨기듯 아주 미학적이다. 일본의 국기, 국가에서 드러나듯 섬세하고 곱고 때로는 센티멘털하고 처연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늘 위험하다. 일본인들이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하기를 반복하며 속마음을 감추듯 은밀하게 위험하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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