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 후 핸드폰을 바꾸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핸드폰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핸드폰 판매원에 대한 주목이 예전에 비해 늘었다. 이들은 소위 ‘폰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고객님을 ‘호갱님’으로 본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린다. 포털에 ‘폰팔이’라는 세 글자를 검색해보아도 “폰팔이 조심해라” “폰팔이들의 실체” 등의 게시글이 가득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에게도 고충이 있다. CBS노컷뉴스는 핸드폰 판매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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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 장벽 낮지만 수입 일정치 않고 수명도 짧아핸드폰 판매원을 구성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통신사에서 전환형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일정 대수의 핸드폰을 팔아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
“대학을 안 간 분들은 스물 한 두 살도 계시고, 30대 초반도 있어요.”
‘갤럭시s2’’아이폰4’ 등 한창 스마트폰 바람이 불던 시절 1년 정도 핸드폰 판매원을 하다 그만둔 B씨는 “저처럼 휴학하고 돈을 벌기 위해 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요. 접근이 쉽다 보니까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모이는 편이에요. 학력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말만 잘 하면 되니까요.”라고 말한다.
핸드폰 판매원에도 정직원인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가 존재한다. 정직원의 경우에는 월급을 받으면서 핸드폰을 판매할 때마다 추가로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대리점에 취직해 월급 없이 인센티브로만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에는 수입의 격차가 심하다.
A씨는 “많이 팔면 많이 벌고 못 팔면 엄청 적게 벌어요. 저는 대졸 공채 사무직이지만 판매하는 분들은 보통 그렇지 않거든요. 계약직도 아닌 경우가 있고…”라고 한다.
수명도 짧다. B 씨는 “보통 길어야 3 ~ 5년 일해요. 핸드폰이 신제품 나왔을 때나 잘 되지 나머지 시기에는 안 팔리거든요. 그리고 30대가 넘어가면 회사 쪽에서 압박이 들어와요. 아무래도 서비스직이니 젊은 쪽을 선호하죠.” B씨는 이들이 판매원을 그만 두더라도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판매업을 계속 하려 한다고 전했다.
◆ ‘뽐뿌’ 등 인터넷 통한 구입 늘어… “온라인과 같을 수는 없어요”번화가의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서 핸드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는 “오히려 20대 친구들이 장사하기에 어려워요. 너무 가격을 인터넷 같은 데서 다 뒤져보고 오다 보니까…”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C씨처럼 오프라인으로 핸드폰을 판매하는 이들에게는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이 버겁다. 당연히 온라인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핸드폰은 특히 가격 변동이 심한 시장이에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파는 사람들은 가격이 좋을 때 인터넷에 올리고 바꾸질 않아요. 손님들의 주문을 받아놨다가 단가가 다시 되면 팔죠. 그런데 오프라인은 그게 안 되잖아요. 손님들이 인터넷 가격만 찾으면 어렵죠. 저희는 사용 설명도 다 하잖아요. 자릿세도 지불해야 하고…”
◆ 통신사의 甲의 횡포, “팔고도 손해 봐요”거리를 걷다 보면 한 블록에 한 군데쯤은 보이는 것이 핸드폰 판매점인 것이 현실이다 보니 살아남는 것 자체도 큰일이다. 판매점들은 대기업 통신사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핸드폰을 판매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는데, 여기에서도 소위 ‘갑을(甲乙) 관계’가 발생한다고 한다.
핸드폰 판매업을 오랫동안 했다는 C씨는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예전에 핸드폰 판매점이 몇 군데 없을 때는 통신사들이 판매점들한테 잘해줬어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이 있다 보니까 완전히 마음대로죠. 무슨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가야 되고.”
핸드폰 판매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 보니 통신사들도 고객 유치에 혈안이 되어있다. 가입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지원금을 과잉으로 지급하다 영업정지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올해 초 SK, KT, LG 3사 모두가 차례로 영업정지를 당했던 데 이어 이달 초(7월 30일~8월 5일)에는 KT가 영업정지를 당하고 나머지는 벌금을 냈다. KT가 영업정지를 당한 와중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불법 보조금 영업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학가 지하철역 근처에서 모 통신사 대리점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 D씨는 “핸드폰을 구매하면 지원금이 얼마가 나갈 수 있는지 매일 몇 시간마다 바뀌어서 내려와요. 그러면 저희는 내려오는 대로 거기에 맞춰서 판매를 하는 거죠.”라고 판매 과정을 설명한다.
◆ 고객들의 과도한 요구핸드폰 판매점들이 통신사의 눈치를 보아야 하다 보니 ‘팔고도 손해 보는 경우’도 있다. 판매원들은 하나같이 ‘가장 곤란한 손님’으로 “갑자기 요금제를 바꾸거나 해지하는 손님”을 꼽았다.
C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고객들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그 요금제를 쓰기로 한 대신 그만큼 깎아주고 팔았는데도, 일정 기간 쓰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바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 패널티는 저희가 물죠. 그럼 5만원 남기고 팔았는데 20만원 물어내고 그래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거죠.”
모 여자 대학교 앞에서 소규모 핸드폰 판매점을 하고 있는 E씨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달도 안 돼서 핸드폰 잃어버리시고 해지하겠다고 하시면 저희도 할인을 해드렸으니까 그 돈이 저희한테 부과되잖아요. 그걸 설명해드리면 ‘아니 내가 핸드폰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데 그걸 왜 제가 내요?’라고 반응하세요. 보통 그런 경우에는 저희가 손해를 보면서 내죠.”
핸드폰 구매는 단순 변심 사유로는 취소할 수가 없지만,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통화품질이 문제가 되면 취소를 해줄 수밖에 없다’는 소문이 돌면서 생긴 어려움도 있다.
E씨는 “인터넷 보고 오셔서 통화품질 문제를 걸고 들어오시면 저희 쪽에서는 취소를 해드릴 수밖에 없어요.”라고 한다.
서비스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불쾌한 경험들도 많다. 젊은 나이인 D씨는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도 반말하시는 분들이 좀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럴 경우 기분이 좀 나쁘죠.”라고 했다. C씨는 “자기 질문에 대답만 하길 바라고 다른 건 아예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땐 기분이 상해요. 자기 의사만 이야기를 하고 그게 관철이 안 됐을 경우에는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고…”라고 털어놨다.
E씨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이 말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핸드폰도 장사잖아요. 그래서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요새는 조금만 남기려고 해도 고객님들이 별로 안 좋아하세요. 사실 옷도 5천원에 떼와서 만원에 팔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요새는 (핸드폰 판매원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다 보니까 더 많이 경계를 하시고… 그런 점들이 많이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