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5일(현지시간) 출근길의 내무장관을 겨냥해 폭탄으로 암살하려던 사건이 발생했다.
이집트 보안 당국과 경찰,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이 카이로 동부 나스르시티에서 중심부 내무부 청사로 차량을 타고 가던 중 폭탄이 터졌다.
이 폭발로 현장에 있던 경호원과 보행자 등 22명이 다치고 차량 여러 대가 파괴됐지만, 이브라힘 내무장관은 무사하다고 내무부 대변인이 밝혔다. 주변 건물 여러 채의 유리창이 깨진 장면도 현지 방송에 나왔다.
이집트에서 내무장관을 노린 폭탄 테러는 매우 이례적으로, 당국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최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이브라힘 장관은 이날 오후 국영TV에 나와 "비겁한 암살 시도"라며 "새로운 테러리즘의 파도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이집트 내각도 성명을 내고 "이번 범죄 행위가 테러리즘과 맞서려는 정부의 의지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폭발은 이브라힘 장관이 자택을 출발하고 나서 주행 중 인근 도로에서 폭발물이 갑자기 터지면서 비롯됐다.
국영TV는 누군가가 건물 옥상에서 이브라힘 탑승 차량 행렬을 향해 폭탄을 던졌다고 전했다. 원격 조종을 통한 차량 폭탄 테러라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현지 경찰은 이 사건 용의자들을 추적해 두 명을 사살했다고 보안 관계자가 말했지만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조직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암살 시도를 비난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브라힘 장관은 이집트 경찰 조직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로 지난 7월3일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축출되고 나서 촉발된 무르시 복권 시위를 진압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앞서 이브라힘 장관은 지난주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그간 삼엄한 경비를 받으며 이동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달 군인과 경찰이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1천여명이 숨졌고 지금도 전역에서 군경과 시위대가 크고 작은 충돌을 벌이고 있다.
이날 동북부 시나이반도 엘아리쉬에서도 무장 괴한들의 기습 공격으로 군인 2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무르시는 권좌에서 쫓겨난 이후 카이로 외곽의 비공개 장소에 구금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