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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사각지대 놓인 자살예방 강사 양성

    강사 자격 '정부 기준' 없어…'제각각' 강사 양성 부작용 우려

    자살예방교육을 위한 강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정부 기준이 없다보니 민간단체마다 '제각각' 강사를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3. 9. 12 어느 고등학교의 자살예방교육)

     

    ◈ 기준도, 검증도 없는 자살예방 전문가

    자살예방 교육강사와 상담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A단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면 자체 자격검정 시험을 통해 민간 자격증을 발급해준다. 수업료는 없지만 개인 분담금 명목으로 15만 원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자격 시험이 교재를 보는 것이 허용되는 '오픈 북(Open Book)'으로 치러진다는 것. 수험생은 이메일로 시험지를 받은 뒤 6시간 이내에 회신하면 된다.

    자살예방이라는 민감한 분야를 다루는 전문가 양성 절차인데 여느 자격 시험과 비교할 때 '생소한' 방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B단체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 전문강사 과정은 약 70만 원.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는 단체들 가운데서도 '고액 수강료'로 꼽힌다.

    이에 대해 A단체는 "오픈 북 시험은 내부 방침", B단체는 "그만큼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 양성 프로그램부터 자격부여 방식, 수강료 등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관련된 정부 규정이 없기 때문.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자체 발급하는 자격증에 대한 '인증' 절차도 없다. 현재로서는 단체들이 '알아서' 강사를 양성해 '알아서' 자격을 주면 교육 활동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신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요원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자격규정이 없는 상태"라며 "자살예방법 시행 이후 민간단체에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고 있지만 규제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별도의 평가단을 둔 '인증' 절차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 자격의 '신뢰성' 의문…문제 발생해도 제재 못해

    민간단체를 통해 자격을 취득한 자살예방 강사들은 학교를 비롯한 '실전'에 바로 파견될 수 있다. 강사가 부족하기 때문.

    하지만 양성 과정이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각각 교육을 거친 인력이 모두 '자살예방 전문가'로 활동하다보니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자제 권고가 내려진 단순 자살보도 기사 등이 '교육자료'로 등장하는가 하면, 한 협회는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학생이 너무 상처를 받았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자살예방교육을 '의무'라며 기관에 사실상 교육을 '강매'시킨 단체와 강사 등이 복지부에 민원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유제춘 을지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민간 분야의 역할로 열악한 자살예방 사업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자살예방에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필수인데, 검증되지 않은 강사 양성과 교육으로 역효과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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