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시리즈 등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빈곤층 복지는 상대적으로 정책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복지 누수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현장에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복지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혹독한 심사 기준에 갑자기 생계 지원이 끊겨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CBS는 연속기획으로 위기에 처한 빈곤 복지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부산에서 또 한 명의 죽음, 딸에게 짐 안된다며...
지난 9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주차돼 있던 렌터카에서 50대 후반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다. 차에는 불에 탄 번개탄이 발견됐다.
경찰조사결과 숨진 A(56))씨는 큰 딸의 취직으로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하자 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년째 신부전증을 앓아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는 수급자 자격을 박탈당하자 매달 100만원이 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딸에게 지우지 않기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전국 지자체에 강도높은 기초생활수급 자격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부산에서 또 한 번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가족 중 누군가의 소득이 발생하면 지원을 끊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또 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정부가 내년도 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의 전환을 앞두고 대대적인 자격 심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벌어진 비극이다.
수급자 탈락으로 인한 자살은 심각한 수준이다.
사위의 취직으로 수급자 자격을 탈락해 이를 비관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거제 할머니 등 해마다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부분은 부양의무자 제도로 인한 탈락자들이다.
◈ 정부 죽음 아랑곳 않고 부양의무자 심사 강화, 상시화 조사 예고그런데 정부는 부산 사건이 발생한 사흘 뒤, 부양의무자를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안을 발표했다. 수급자의 죽음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는 복지 다이어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가 12일 발표한 '부정수급관리 강화안'에 따르면 정부는 정기적인 소득확인 조사 외에서도 시스템 상에서 지자체가 상시적으로 확인조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강하기로 했다.
1년에 두차례씩 실시되는 조사와는 별도로 수급자에 대한 자격 심사가 상시화된다는 것.
논란이 되고 있는 부양의무자 제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혹독한 심사를 예고했다.
복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부양의무자의 금융재산조사를 9개 지자체에서 시범 실시하고 내년에는 전수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또 개인 소득인정액 산정시 2,000만원 이하로 발생한 이자소득도 반영하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하고, 소득조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부양의무자와의 가족관계 단절 확인을 위한 공적자료도 기관들과 서로 공유할 계획이다.
기계적인 심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는 사회복지통합전산망(사통망)은 다른 공적자료 보유 기관과 정보를 연계해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 기초연금 재원 확보위해 빈곤층 쥐어짜기?이밖에 복지부는 이달 초부터 '클린 복지'(Clean-Fare)라는 이름으로 복지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대부분 빈곤층 심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복지부가 올 하반기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심사에 열을 올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9월 중으로 발표될 기초연금을 비롯해 각종 복지 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한 사전정비 차원에서 대대적인 심사가 이뤄지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 정부안이 조만간 발표되면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데 그 전에 최대한 불요불급한 부분은 줄인다는 차원에서 클린복지 사업을 구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기초연금 및 기초생활 개별급여 도입 등에 대비해 보다 철저한 수급자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혀 엄격해진 심사가 기초연금 재원 마련에 대비한 것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기초연금 등 늘어나는 복지 공약에 비해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빈곤층 쥐어짜기는 더 극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