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의 배후조직인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단체 알샤바브가 최근 내부 유혈 분쟁을 거쳤고 이 과정에 극단적 성향의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 세력이 득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알샤바브는 지난 6월께부터 극심한 내분을 겪었으며 유력 지도자들이 여럿 사망하기까지 했다.
알샤바브 내부 분쟁은 소말리아 내부 투쟁에 집중하자는 세력과 알카에다처럼 국제적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세력 간의 '이념 대립'의 성격이었다.
알샤바브는 지난 6월 소말리아 남부 바라웨에서 총격전을 벌일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교전으로 최고 지휘관급 지도자 4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2명은 2006년 알샤바브를 창설한 인물이라고 AP는 전했다. 조직의 정신적 지도자로 알려진 셰이크 하산 다히르 아위스는 도주하다 소말리아 정부군에 붙잡혔다.
내부 세력 다툼 끝에 알샤바브 수장에 오른 인물은 이슬람 성전을 주장하는 강경세력 지도자 아흐메드 압디 고다네이다.
'무크타르 아부 주바이르'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알카에다와 연계에 앞장서는 등 과격한 성향이다. 2010년 알 샤바브가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자행한 자살폭탄테러 직후 "이번 공격은 시작을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당시 고다네에게 7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케냐에 있는 아프리카안보연구소(AISS)의 에마누엘 키시앙가니 선임연구원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에서 훈련을 받은 극단주의 성향 강경파가 알샤바브 지휘권을 장악했다"며 "이번 케냐 테러는 성전을 국외로 확대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알샤바브는 이번 테러로 주목을 받으면서 국제적인 테러조직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과시하게 됐다.
군사·비즈니스정보 제공업체인 IHS의 아프리카 위기관리팀장 나츠넷 테스파이는 "이번 나이로비 테러로 알샤바브가 무력하다는 분석은 무의미해졌다. 알샤바브는 무시할 수 없는 무장세력으로서 지위를 되찾게 됐다"고 짚었다.
한편 이번 테러 진압 과정에 미국 정보당국과 군이 케냐를 간접 지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정찰용 무인기로 알샤바브의 움직임을 추적해 케냐 당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진압작전 전략도 조언했다.
미국은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대사관 테러 이후 지부티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비행장과 항만 등 동아프리카지역에 병참망을 구축했고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에는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이런 투자가 이번 테러 진압에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범 가운데 자국민이 있다는 정보가 나오자 알샤바브 미국인 조직원이 미국에서 테러를 저지를 위험성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말리아 파병에서 한차례 실패를 겪은 적이 있어 미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