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에서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원 주최로 열린 '동양증권 사기판매 피해구제 설명회'에 참석한 동양증권 피해자들이 자료집을 읽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대형마트에서 캐셔 일을 하며 생활비를 모아 온 김모(45) 씨는 동양증권에 맡겨놓은 돈을 생각하면 원통한 생각에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차비도 아껴가며 모아온 돈을 가지고 동양증권과 거래를 시작했던 김 씨는 원금보장을 간절히 원한다고 반복적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김 씨에게 내려진 투자성향은 적극 투자형. 적극 투자형이란 투자원금의 보전보다는 위험이 있더라도 높은 수준의 투자수익 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으로 위험 수준 5단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단계에 해당된다.
원금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이 있다면 투자를 하겠다는 뜻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형으로 분류 된다.
하지만 김 씨가 동양이 아닌 A증권사로부터 받은 투자성향은 위험 중립형이었다. 또 다른 증권사인 B사에서는 심지어 안정추구형이라는 결과까지 나왔다.
안정추구형이란 투자원금의 손실 위험은 최소화하길 원하는 투자자로 소극 투자형으로 분류된다.
김 씨는 "원금 보장을 원한다고 분명히 밝혔고 투자경험이 많지도 않은데, 내가 무슨 적극 투자형이냐?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다른 증권사에서는 안정형으로 나온 내가 적극투자형이라는게 위험 상품에 가입시키려고 사기친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채권을 처음 구입한 박모(28) 씨 또한 동양으로부터 적극 투자형 결과를 받았지만 C증권사로부터는 위험중립형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에서는 위험중립형, 안정형 결과를 받은 김 씨가 동양증권에서는 적극투자형으로 나타났다. (위=타 증권사 위험성향조사서, 아래=동양증권 위험성향조사서)
위험중립형 투자자의 경우 채권과 회사채 등 투기등급 채권을 매입할 수가 없다. 만일 투자성향에 어긋나는 위험성이 높은 채권 등을 매입하려면, 본인의 성향보다 높은 위험상품에 가입한다는 확인서를 따로 받도록 하는 등 제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위험조사서 평가가 증권사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적극투자형으로 분류된 동양 채권자들에겐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았다.
◈ 동양증권뿐 아니라…'자율'로 방치한 금융 당국도 책임 커
동양이 안전 투자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험성 상품에 가입시킨 데 대해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금융투자업 규정에는 투자자의 투자 목적, 재산상황, 투자 경험 등을 물어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정보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투자사들이 고객의 투자성향에 어긋나는 상품에 가입시킬 수 없도록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적 장치로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위험한 상품에 가입시킬 경우 자본시장법 46조와 금융투자업 규정 등에서 금지하는 불완전 판매에 해당된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이 법에 따라 질문 유형은 투자권유준칙으로 만들어 났지만 각 질문별 가중치에 대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 자율에 맡겨져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증권사에서는 안정형으로 나온 투자자가 동양에서는 적극 투자형으로 분류돼 위험상품에 가입시키도록 방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투자성향조사서 질문 가운데 투자손실을 어느정도 감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원금보존을 추구함' 이라는 항목에 투자자가 표시하면 대다수 증권사에서는 안정형과 위험중립형 단계까지만 결론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