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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잉투기, '웃픈' 잉여세대의 초상 "가히 국산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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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영화 어때] 잉투기, '웃픈' 잉여세대의 초상 "가히 국산 '파이트 클럽'…"

    박찬욱 감독 '잉투기' 호평

    잉투기 포스터

     

    제2의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탄생? 과장이 아니다. 감독 엄태화와 배우 엄태구 두 형제가 각각 연출하고 주연한 영화 ‘잉투기’(제공/제작 KAFA FILMS, 공동제공 CGV무비꼴라쥬, (주)프레인글로벌)는 영화계의 새로운 인재의 출현을 알리는 영화다.

    더불어 정우성의 ‘비트’가 1990년대 청춘영화의 아이콘이었다면 잉투기는 2010년대를 대표할 만하다.

    보통 잉여란 사전적 의미로 ‘다 쓰고 난 나머지’를 뜻한다. 잉여세대란 학업경쟁에서 도태되거나 취업시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갈데없어 온라인에서 서식하는 청춘들을 일컫는다.

    88만원 세대나 3포 세대의 단면이기도 한 이들은 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온라인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공격성 댓글을 다는 ‘키보드 워리어’로 활동한다.

    이 영화는 ‘단군 이래 가장 영향력이 없다’는 이들 잉여세대에 대한 영화다. 온라인상의 사건이 현실의 삶에 영향을 끼치자 그들만의 방식으로 몸부림을 치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눈물 나게 웃기면서도 슬프게, 요즘 말로 ‘웃프게’ 그려냈다.

    온라인과 일체된 1020대 청춘이라면 배꼽을 잡으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느끼지 않을까. 만약 기성세대라면 그들의 행태나 문화는 설령 나와 다를지언정 그들의 고민과 상처는 과거 모든 청춘과 다르지 않음에 놀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칡콩팥’으로 활동하는 잉여인간 태식(엄태구)은 사사건건 대립하는 ‘젖존슨’에게 속아 급습을 당한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힌 동영상이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지자 치욕감과 분노로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오랜 친구로 말끔한 외모의 부잣집 도련님인 ‘쭈니쭈니’ 희준(권율)과 함께 젖존슨을 이기기 위해 종합격투기를 배우고, 이곳에서 관장의 조카인 영자(류혜영)를 만난다.

    한때 격투기 선수로 활약했던 영자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발칙한 여고생. 무료하던 차에 태식을 도와 젖존슨 찾기에 나서고 잉투기 대회를 앞두고 칡콩팥을 훈련시킨다.

    영화의 제목인 잉투기는 커뮤니티 포탈 1세대라 할 수 있는 디시인사이드의 격투기 갤러리에서 실제로 개최됐던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의 이름이다.

    ‘잉여라 불리는 키보드 파이터들의 세상을 향한 격투기 도전’이라는 의미로 치사하게 인터넷 게시판에서 댓글로 아웅다웅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운동을 통해 만나자는 건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잉투기는 이처럼 온오프라인상에서 실제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칡콩팥이나 젖존슨이란 아이디 또한 실제 존재하는 아이디다.

    엄 감독이 이들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불발됐는데, 영화개봉이 확정되자 한때 자취를 감췄던 칡콩팥이 온라인상에 다시 출연,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잉투기 보도스틸

     

    칡콩팥이 젖존슨에게 급습을 당하는 장소인 인천에 있는 간석오거리는 실제 온라인에서 ‘현피’ 장소로 늘 거론되는 명소란다.

    현피란 현실의 앞 글자인 현과 PK(Player Kill)의 앞글자인 P의 합성어다. 게임이나 메신저 등 웹상에서 벌어진 일이 실제로 싸움,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나타내는 신조어다.

    이밖에 잉투기에는 요즘 인기단어인 ‘먹방’(먹는 모습이 담긴 방송이나 영화의 장면)이나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사의 역사적 이슈중 하나로 전해지는 ‘바츠해방전쟁’ 등 잉여세대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느낄만한 요소가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여기에 신선한 얼굴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영화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엄태화 감독의 동생인 엄태구는 선 굵은 얼굴과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뭔가 서툴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로 무기력하던 잉여인간에서 복수심을 불태우며 한 뼘 성장하는 태식을 진중하게 연기했다. 특히 쏟아지는 주먹에 움츠리다 마침내 두 눈 부릅뜨고 상대를 노려보게 되는 태식의 불타는 눈동자는 이 영화의 핵심이다.

    발칙한 여고생 영자를 연기한 류혜영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 개성적 외모와 공효진을 떠올리게 하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질” “이상함”등 요즘 애들처럼 말하는 그는 분노의 발차기와 샌드백 치기로 내면의 외로움을 드러낸다.

    두 잉여인간과 다른 말끔한 분위기의 쭈니쭈니를 연기한 권율은 존재 그자체로 속빈 강정 같은 인물을 소화했다. 우연히 배우게 된 격투기에 재미를 느끼고 잉투기 대회에 겁 없이 출전했다 박살이 나는 장면에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기담’ 등 박찬욱과 정가형제 감독의 연출부를 거쳤다.

    지난 해에는 단편 ‘숲’으로 제11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절대악몽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는 ‘늑대소년’으로 상업영화 데뷔한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후 3년 만으로 대상은 심사위원이 만장일치해야 주어진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잉투기에 대해 "가히 21세기의 ’택시 드라이버‘요, 국산 ’파이트 클럽‘이라 부를 만 하다"며 "이렇게 우리 독립영화역사의 또 한 챕터가 시작되고 있군요.
    대견한 동시에 자랑스럽습니다"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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