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시민들의 억눌린 속마음이 대자보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서 만큼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기가 쉽지 않다.
대자보의 물결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번지고 있지만 새누리당 주요 회의에서는 이때까지 그에 대한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19일 아침에야 비로소 최고위원회의에 한 차례 언급이 있었는데 역시나 대자보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이었다.
“한 대학생이 철도노조 파업 관련한 대자보를 붙이면서 민영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민영화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일방의 주장을 토대로 한 허위 사실을 무차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홍문종 사무총장의 발언이 그 것이다.
대선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들른 김무성 의원이 대자보가 아닌 A4 크기의 소자보로 “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뛰자”고 호소한 것 역시 작금의 대자보 운동을 희화화 한 것이라는 평가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민심 폭발의 심각성을 깨닫고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며 대자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치가 가장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어야 할 새정부 출범 첫 해에 우리 정치는 실종돼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사라지고 불통과 독선의 정치가 우리 정치의 전부인 것처럼 돼버리고 말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지난 1년 동안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한마디로 꽉 막힌 불통정권이다”고 말하면서 현 정부를 민주주의를 파기하고, 공약을 파기하고, 민생을 파탄시켰다는 의미로 ‘3파 정권’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쥐죽은 듯 고요한 새누리당 내부에 청진기를 들이대보면 내면의 울림도 분명하게 감지된다.
지방출신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과의 소통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철도파업도 그렇고, 대자보도 그렇고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귀를 닫는 모습으로는 국민의 계속적인 지지를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아직은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다려줄 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우려스럽다. 그런 현장의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내부적으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